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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째깍째깍 기후위기

기후변화와 조류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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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역으로부터 조류독감 발생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조류독감이 발생한 인근 농가의 닭이나 메추라기, 오리 따위의 가금류를 대규모로 ‘살처분’했다는 소식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인체감염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다. 올해 들어, 두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베트남과 중국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에 의한 인체감염 사건이 각각 2건과 7건 발생했고, 이 중 6명이 숨졌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전염된 사례는 다행히 없었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조류독감 발생횟수는 최근 크게 늘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한 해 3-5건 수준에 불과했던 고병원성 조류독감 발생횟수가 지난해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33건을 기록하며 급증했다. 저병원성 조류독감의 경우, 2005년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117건으로 큰 폭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2월 중순, 전남 지역의 토종닭 농가에서 올해 첫 조류독감이 발생했다.

알고 있나요?
우리가 흔히 ‘조류독감’이라고 부르는 단어은 대개 ‘고병원성’을 가리키는 A형 바이러스의 하위유형 중 하나인 H5N1을 가리킵니다. H5N1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휩쓸며 수백만 마리의 가금류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질병 전문가들은 환경과 숙주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특성에 미루어,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조류를 매개로 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파가 가능한 형태로 변이가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저병원성 조류독감의 경우, 사람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가금류에 감염된 이후 고병원성으로 변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H5N1 지도
=가금류/철새 피해지역(붉은색) 및 인간 사망지역(짙은 붉은색).

조류독감을 둘러싼 여러 의문이 여전히 명확한 해답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환경의 변화가 바이러스의 확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예측은 더욱 불확실하다. 더구나 전 지구적 기후변화가 조류독감의 확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교란이 불러올 동물질병
미국의 야생동물보호협회(WCS)는 조류독감을 비롯해 열두 가지 종류의 질병을 ‘기후변화 시대의 치명적 질병’으로 소개하면서, 극심한 한파나 가뭄과 같은 이상기후가 야생조류의 정상적인 이동을 방해할 뿐 아니라, 더 많은 새들이 물에 접촉하면서 조류독감에 감염될 수 있다고 전했다.

         ‘기후변화 시대의 12가지 치명적 질병
브로셔 다운로드(pdf)

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스티븐 샌더슨 박사는 “보통 ‘기후변화’라는 용어는 빙산이 녹거나 해수면이 상승하는 이미지를 연상시키지만, 온도 상승이나 강우량 변동으로 위험한 병원균의 분포가 어떻게 바뀔지 역시 중요하다”면서, “야생동물의 건강은 그들이 살아가는 생태계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기후가 변화하면서 미세한 교란조차 야생동물이 어떤 질병에 걸리고 전염될지에 지대한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얼음이 녹으면 물을 통한 조류독감 전염 쉬워져···
조류독감을 전파할 수 있는 철새의 경우, 기후변화가 여러 방식을 통해 서식분포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들을 참고할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다:

  1. 온난화에 따라 철새 대다수 종의 분포지역이 북쪽으로 이동한다.
  2. 따라서 북쪽 위도에서 철새의 종 구성이 더욱 다양해진다.
  3. 장거리 이동을 하는 종의 수가 줄어든다.
  4. 봄 이동시기가 더 일찍 시작된다.

예를 들어, 오리, 백조, 거위와 같은 오리과(科) 조류의 번식지역은 온난화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오리과가 번식하는 북극 아래의 지역은 남쪽 위도에 비해 온도변화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철새의 개체수, 분포, 그리고 이동습관의 변화가 조류 사이에서 바이러스의 새로운 분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숙주에서 떨어져 나와 차가운 물이나 얼음 속에서도 장기간 생존가능하다. 낮은 온도의 물에서는 몇 주 또는 몇 달까지, 그리고 얼음 속에서는 몇 년까지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분변에서 나와 물을 매개로 다시 입으로 들어가는 감염경로로 이어진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북쪽 지방의 얼음이 녹으면 조류독감의 확산에 더 유리한 환경으로 변하게 되는 셈이다.

 한국의 조류독감에 의한 가축전염병 발생 통계, 자료제공:국립수의과학검역원

하지만 철새와 조류독감 그리고 기후변화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확신보다는 오히려 불확실성과 자료의 부족‘토로’하는 연구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나 조류독감에 대한 개별적인 연구는 수없이 많지만, 이 둘 사이의 관계를 동시에 다루려는 시도는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류독감이 철새와 수백만 년 동안 공동으로 진화해왔고, 여러 시대를 거치며 기후 변동을 견뎌왔다는 지적은 현재의 바이러스 역시 적응을 통해 변이를 계속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생태계의 미묘한 변화에 인간이 세심한 관찰을 기울이는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도움받은 글
- Climate change and avian influenza, Gilbert M, Slingenbergh J, Xiao X.(Rev Sci Tech. 2008 Aug;27(2):45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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