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후 비상/째깍째깍 기후위기

[환경의 날] 벼랑 끝 몰린 남극 생태계

반응형

겨울이 왔다.

남극의 6월은 햇빛이 거의 없어 긴 어둠의 시간을 참아야만 하는 계절이다. 연평균 기온 영하 23도. 지구에서 가장 추운 대륙 남극은 땅이지만 대부분 얼음으로 덮여있다. 남극의 얼음은 하얀색에서 짙은 옥색까지, 결은 비단에서 수정 칼날까지 몹시 다채롭다. 얼음은 빙산처럼 솟아 있거나 해안 곳곳에 양탄자처럼 깔려있기도 하다.

꽁꽁 얼어있는 얼음이지만, 깨지기 쉬운 것도 얼음이다. 계절에 따라 극지방의 얼음은 녹고  어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런데 얼음이 점점 녹는 추세에 있다면? 단지 우려가 아니다. 실제로 지난 50년 동안 남극반도의 244개 해빙(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 중 87%가 녹아 없어졌다. 얼음의 면적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두께도 얇아지고 있다. 자연현상이 아닌 인간 활동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다.

점차 줄어드는 남극의 얼음이 미치는 영향은 해수면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바다의 얼음에 의존하는 많은 생물은 직접 피해를 받는다. 해빙 아래에서 생육하는 크릴이 대표적이다. 크릴은 남극 생물 먹이망의 기초를 이룬다. 온난화와 남획에 의한 크릴 감소는 크릴을 주요 먹잇감으로 하는 펭귄이나 고래의 생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남극은 기후변화를 비롯해 지구환경 문제를 온몸으로 겪으며 위기를 알리는 카나리아 역할을 해왔다. 오는 6월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제7대륙’ 남극의 의미를 재조명해본다.

사우스 조지아 섬의 모습(위). 크릴 조업은 남극권의 일부 소해역에서 집중돼 크릴 개체수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사진제공=박지현

지구환경 위기의 최전선, 남극

  • 바다생물 남획 1775년 남극권의 섬 사우스조지아가 처음 발견된 사건은 남극 생물종 남획의 불행한 시작이었다. 돈에 눈 먼 사냥꾼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50년 뒤 120만 마리의 물개들이 살육됐다. 이후 20세기까지 코끼리바다표범, 고래, 물개, 해표 등 생물에 대한 무차별 약탈이 이어졌다. 1982년 남극의 모든 해양 생물을 포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카밀라 협약’이 체결됐다. 세계 환경단체 등의 남극보호 운동이 맺은 결실이었다.
  • 오존층 파괴 오존층은 성층권(지상 25~30킬로미터)에서 인체에 해로운 자외선을 흡수해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중반 남극 상공에서 오존 구멍이 발견되면서 세계 각국은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를 통해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가스 등 사용을 금지시켜나가고 있다.
  • 기름 유출 1989년 알래스카를 지나던 세계 최대의 석유기업 소속 엑손발데즈 유조선이 좌초했다. 최소 25만 마리의 바닷새와 2800마리의 해달이 희생됐다. ‘남극에서 유사한 유조선 사고가 일어난다면?’ 이 사건을 계기로 남극에서 석유 등 자원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고 곧 환경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남극환경보호의정서가 채택됐다.

조업과 기지 건설 등 남극에서의 인간 활동은 갈수록 늘고 있다. 남극보호연합(ASOC)은 남극의 생태계와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세계 환경단체들이 연대해 구성한 조직이다. 이와 함께 지난 5월7일 국내 최초의 남극 민간 환경기구인 남극환경포럼이 출범됐다. <잎새통문>이 박지현 남극보호연합 한국지부 담당관을 만났다.

[인터뷰] 박지현 남극보호연합(ASOC) 한국지부 담당관

남극이 왜 지구온난화에 더 취약한가?
남극은 워낙 물리적으로 안정돼있던 공간이다. 남극보호연맹이 지난 50년 동안 온도를 측정해오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4.5도나 상승했다. 더 춥기 때문에 온난화의 영향도 심각하다.

흔히 북극에선 북극곰을, 남극에선 펭귄을 떠올린다.
펭귄은 크릴을 100퍼센트 먹이로 한다. 펭귄이 연안에 서식하는 이유다. 얼음이 없어지면 크릴과 펭귄 개체수 모두에 영향을 준다. 남극보호연합에서도 남극 보호 마스코트로서 펭귄을 고려하고 있다.

엉뚱한 질문 같지만, 남극은 왜 지도 구석에 있나?

글쎄…. 아예 (남극이 지도에서) 생략되는 경우도 있다. 바다인 북극에 비해서 대륙으로 된 남극의 규모는 크지만 상대적으로 가기 어렵다. ‘주인 없는 땅’이라서 남극은 더 취약할지도 모른다. 현재 조약(마드리드 조약)에 의해 그나마 보호되지만, 우리의 노력 없이는 이마저 깨질지 모른다. 남극은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조절해 미개발지로 남겨져야 한다.

바다 생물을 놓고 ‘무한정 꺼내 쓸 수 있는 창고’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과학계 내부에서도 논쟁이 있다. 바다 생물량을 정확히 파악 어렵다는 맥락이다. 크릴의 경우 6-7센티미터 크기에 불과하다. 다만 국소지역에서 크릴이 실제 줄고 있다. 크릴 조업이 일부 소해역에 집중되는 까닭이다. 남극 해양 생태계의 보전을 위한 국제협약에서도 사전 예방적 원칙과 생태계적 접근방식이라는 양대 원칙을 강조한다.

남극에 가본 적이 있나? 남극 관광객 수가 꽤 늘었다고 들었다.
가본 적은 없다. 남극 관광은 여름에 주로 활발하다. 일부 지역은 관광지처럼 조성됐다. 1998년 이전만 해도 6천여 명에 불과했던 관광객 수가 지난 2006년 이후 2만 6천 명이 넘어섰다. 쓰레기도 늘고 선박에서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도 있었다.

남극환경포럼의 과제는?
남극 보호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넓어지는 것. 포럼이 언론계와 학계 등 민간 협조로 구성된 이유다. <남극의 눈물> 촬영팀이 남극으로 떠났고 한국 정부도 쇄빙선을 도입하는 등 남극 문제는 앞으로 더 부각될 것이다. 과학자들의 역할이 크지만 부족한 부분도 있다. 남극 보호는 데이터를 단순히 분석하는 역할을 넘어선 정책결정의 문제다. 올해 9월 남빙양 조업을 주제로 한 국제포럼을 준비 중이다.

글=이지언 leeje@kfem.or.kr

이 글은 <잎새통문> 6월호에서도 볼 수 있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