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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전문가 46명 "혼잡통행료 확대가 정책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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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혼잡통행료

46명의 교통 분야 연구자와 정책 담당자들은 서울에서 교통량을 줄이는 효과적인 대안으로서 '혼잡통행료 징수를 도심과 강남으로 확대'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자동차 공동이용제도가 2순위로, 승용차 자율요일제가 3순위로 평가됐다.

혼잡통행료 확대는 11가지 평가기준 중 통행량 감축효과, 차량 증가 감소효과, 수요관리 연계효과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 항목에서 다른 정책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일곱 가지 교통정책에 대해 교통학회와 한국교통연구원을 비롯한 연구기관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렇게 밝혔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를 제외한 평가 대상의 교통정책은 주말차량제도, 공공기관 2부제, 교통유발부담금 상향 조정, 교통혼잡특별관리시설물 지정 등이다.

서울시 자동차 등록대수는 꾸준히 올라 2008년 현재 300만대에 이른다. 특히 승용차의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승용차는 2002년에서 2006년까지 17.7% 늘었다. 거의 변화가 없는 인구수와 대조되는 자동차의 급증은 고스란히 교통혼잡과 환경비용의 증가로 연결됐다. 서울의 연간 교통혼잡비용은 7조3백억 원에 달한다.

2004년 이후 버스 중앙차로제와 대중교통 환승요금제와 같은 대중교통 개선정책이 시행됐지만, 대중교통 수단분담률은 제자리 걸음(62.5%)만 하고 있다. 서울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도로 교통의 비중은 21%에 이른다. 전문가나 시민단체는 물론 서울시 스스로도 '더욱 강도 높은 교통수요관리가 요구된다'고 입을 모아왔다. 바로 혼잡통행료 확대와 같은 정책 말이다.

현재 남산 1, 3호 터널에서 징수하는 혼잡통행료는 1996년 시행 초기의 부과요금(2000원)이 그대로 유지되는 등 교통량 감축 효과가 크게 퇴색했다. 서울시는 이미 연구를 통해 혼잡통행료 징수 확대방안을 검토했고 오세훈 시장 역시 이에 대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번 언급했다.

도심인 4대문 안과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한 강남지역이 징수 우선확대 대상지역으로 검토됐다. 이 두 지역은 주간 유입 인구가 서울시 전체 유동 인구의 4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과정에도 불구하고 혼잡통행료 확대는 모호한 근거로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오세훈 시장은 '시민들의 부담 증가'나 '대중교통 체계의 완비'를 이유로 지난 임기(2006~2010) 동안의 추진을 미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서울시가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너무 적었다.

성공적으로 혼잡통행료를 도입했다고 평가받는 런던시의 경우 2년 이상 시민들과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이루어냈다. 2003년 런던에 혼잡통행료가 도입되기 3년 전 교통 담당 행정조직 개편과 자치구, 기업, 이용자에 대한 인터뷰 조사를 시작으로 이후 몇 차례에 걸쳐 관계자들과 조정 과정을 거쳤다.

혼잡통행료는 자동차 운행에 대해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를 둘러싼 반발이나 우려가 제기되는 일은 어쩌면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정책 담당자가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얼마나 성실히 답변하며 시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런던 혼잡통행료 역시 여전히 진행형이다. 징수구역의 확대를 놓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인상적인 것은 런던시가 이 논쟁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시는 혼잡통행료를 둘러싼 논쟁이나 설득 과정에 보이는 태도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남산 터널의 혼잡통행료는 시행 초기의 운영 형태에서 거의 바뀌지 않아 남루해보이기까지 한다. 혼잡통행료 시행 15주년을 맞는 내년엔 서울시가 징수구역 확대라는 오래된 숙제에 대해 먼저 말을 걸어야할 때다.

글=이지언

이미지=서울에서 혼잡통행료가 부과되는 구간은 남산 1,3호 터널밖에 없다.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3호 터널의 모습. (사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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