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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태양광을 '임대료의 덫'에서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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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복지협회(AEA) 회원들이 뉴욕의 사우스 브롱크스 지역의 건물지붕에서 태양광 발전시설과 함께 녹지를 조성하고 있다. 사진=AEA


강병식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사무국장은 요즘 고민에 빠졌다. 서울삼각산고등학교에 20킬로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기로 하고 시민사회와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180명의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에 참여했다. 협동조합은 애초 목표했던 5천만 원의 출자금도 모금을 거의 달성했고 학교로부터 부지 사용허가도 받는 등 관련 행정절차도 무리 없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장벽에 부딪혔다. 학교 부지 임대료가 예상보다 비싸게 나와 지출 부담이 늘게 된 협동조합으로선 당혹감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비싸도 너무 비싼 임대료


삼각산고등학교는 5층 옥상의 태양광 부지 133평방미터에 대해 감정평가를 받은 결과 연간 180만원의 임대료를 책정했다. 이는 협동조합 측이 애초 산정한 임대료보다 3배를 훌쩍 넘는 비용이다. 그나마 최근 관련 조례 개정으로 기준이 다섯 배 낮아지지 않았다면, 연간 9백만 원의 임대료를 냈어야 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8일 ‘서울특별시교육감 소관 공유재산 관리조례’를 통과시켜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학교에 발전시설을 설치할 경우의 임대료 산출 근거를 마련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공유재산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학교 부지 임대료를 재산평가액의 기존 5%에서 1%로 낮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완화된 임대료 산출 기준도 여전히 너무 과다해 상위 법 개정을 포괄한 제도의 재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설립된 햇빛발전협동조합에게 이는 당면한 현실적 문제다. 창립한지 3개월 된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은 소규모 태양광사업자로 시작해 당분간은 빠듯한 살림을 이어나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햇빛발전소로부터 생산된 전력을 판매해 얻는 수입에서 유지관리비, 보험료와 세금과 같은 고정비용을 제하면 협동조합 사업비와 조합원 배당금을 긴축재정으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햇빛발전소가 들어서는 부지에 대한 임대료는 사업성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변수로 남아있다. 강병식 사무국장은 “협동조합으로서 이윤을 추구하진 않지만 사업자로서 손해를 봐선 안 될 일”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자체가 공유재산을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저렴하게 내주겠다고 나섰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지 못하는 이유는 상위 법령의 한계에 있다. 공공시설에 대한 부지 임대료의 요율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1% 이상으로 규정돼 지자체 조례도 이를 따라야 한다. 다시 말해, 지자체가 더 완화된 기준으로 공공시설 부지를 임대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에너지 소비에서 생산으로 전환하는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시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서울시는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로 늘리겠다는 목표 아래, 태양광의 경우 내년까지 320메가와트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현행 공공시설 임대료 기준이 태양광 확대의 걸림돌이라는 것을 서울시도 이미 알았다. 건물지대에 비례해 임대료를 산정하는 공유재산법의 방식은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취지를 고려하면 그대로 적용하기가 적절하지 않을 뿐더러 지가가 비싼 서울지역의 특성상 태양광 사업자를 유치하는 데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은 심각한 대기오염 먼지와 일조량 부족으로 태양광 입지로서 매력을 끌지 못했다.


4억3900만 원과 34만 원, 같은 태양광도 지역 따라 임대료 천차만별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자체 방침을 세워 태양광 임대료를 산정하고 있다. 태양광 면적이 아닌 설치용량에 따라 매년 임대료 단가를 책정하는 방안이다. 올해의 경우, 서울시는 킬로와트(kW)당 2만5천의 임대료를 산정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서울시가 강서농산물도매시장 지붕을 태양광 사업 부지로 한화솔라에너지에 사용 허가한 계약에서 이 기준을 적용했다. 태양광 1천3백 킬로와트의 설치용량에 임대료 단가(25,000원/kW)를 곱해서 계산하는 식이다. 만약 같은 기준을 앞서 언급한 삼각산고 햇빛발전소에 적용하면 임대료는 180만원에서 3분의 1 수준인 50만원으로 떨어진다.


서울시는 태양광 설치용량에 따른 별도의 임대료 산정기준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 중이다. 서울시 에너지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법 개정 건의를 지식경제부에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태양광에 대한 특수조항을 두는 것이 공유재산법에 위배된다는 행정안전부의 지적에 따라 서울시는 조례 개정을 연기한 상태다. 


공유재산법에는 옥상에 대한 기준과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가능에너지 설치에 대한 임대료 근거가 모두 없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소속 한 조사관은 “상위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지자체가 적극 추진하는 정책에 따라 재량을 발휘할 여지가 있는데, 중앙정부가 굳이 제동을 거는 것 같다”고 꼬집어 말했다.


앞서 서울시가 지경부에 제출한 법률 개정 건의서에서는 “태양광 발전시설은 타 에너지원에 비하여 넓은 설치면적을 필요로 하고 발전수익과 직결되는 전력생산량은 설치장소의 재산가치(공간의 부가가치)와 관계없고 오직 일조량에만 좌우되므로 현행 사용료 산정기준을 태양광 발전시설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언급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현행 기준으로 태양광 100킬로와트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과 전북 장수군의 산서중학교에 설치할 경우 연간 임대료는 각각 4억3천9백만과 34만원으로 추산돼 극심한 차이를 나타냈다. 지가가 낮은 지역의 자치단체는 임대료 기대수익이 적어 사업 추진동력이 낮고 서울과 같이 지대가 높은 곳에서는 사용료가 과다하여 태양광 사업자의 참여가 불가능해 관련 규정 개선이 불가피하다.


'임대료의 덫'에 빠진 지자체, 시민들은 발만 동동…


최근 부산시, 대구시, 전라북도를 비롯한 지자체들도 앞 다투어 민간 기업과 투자 협약을 맺는 등 태양광 유치에 나서는 가운데 비싼 ‘임대료의 덫’에 빠진 지자체는 서울시만이 아니다.


전남도교육청은 도내 740여 개 학교를 대상으로 사업자에게 건물 옥상을 빌려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15년간 운영하고 임대료를 징수하는 ‘햇빛에너지모아발전사업’을 추진했다. 입찰을 통해 8개 사업자가 참여했고 가장 높은 비용을 제시한 업체가 2011년 선정됐지만, 실제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업체 간 담합 논란에 휩싸였을 뿐 아니라, 최종 선정된 업체도 정작 사용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사업 추진을 주저하는 상황이다. 공공시설의 명확한 태양광 임대료 기준이 없는 가운데 이윤 추구만을 노린 경쟁 과열이 부른 결과다.


학교는 남향 건물에 남측에 그림자가 없는 단순한 옥상을 갖춰 태양광 설치를 위한 최적의 입지로 평가된다. 게다가 학교는 햇빛발전소를 재생가능에너지 교육과 연계시키고 마을 공동체의 중심에 있어 주민의 교류를 촉진시킬 수 있는 잠재량이 크다. 햇빛발전협동조합이 학교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런데 학생과 교사가 협동조합을 통해 자신의 학교에 햇빛발전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임대료 문제에 부딪히는 역설적 문제에 처해있다. 이들은 이미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는 중이다. 정부는 시민들이 태양광을 쉽고 빠르게 늘려가도록 기반을 닦아주는 제 역할을 하면 된다.


이 글은 2013년 4월호 <함께 사는 길>에 실린 이지언 서울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의 원고를 일부 수정해 옮겼습니다.

링크
서울시내 ‘햇빛발전’은 그림의 떡? (내일신문)

임대료에 ‘그늘’진 시민햇빛발전소(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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