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크기의 측정기를 내 집 창문에 달아 실시간으로 대기오염을 확인해볼 수 있다면 어떨까. 누구나 저렴한 센서를 달면 주변의 공기가 깨끗한지 소음이 심각하지 않은지를 온라인으로 바로 볼 수 있게 하는 '스마트 시티즌(Smart Citizen)' 프로젝트가 확산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강점은 정부가 운영하는 대기오염 측정소에 의존하지 않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환경 감시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서울시의 경우 40여 개의 대기오염 측정소를 운영 중이다. 그나마 오염이 심각한 도로 주변에 설치된 측정소는 15개에 불과해 시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대기오염도를 전달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민들이 간이 측정기를 활용해 대기오염물질인 이산화질소를 측정하는 프로젝트는 국내에서도 이미 있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시민들과 함께 서울시내 약 100개 지점에서 이산화질소와 이산화탄소를 측정한 '건강한 기후 만들기' 사업을 진행했고, 여러 지점에서 환경기준을 초과하는 오염을 확인했다. 다만 측정기가 일회용으로 24시간만을 측정하고 이를 회수해서 전문 분석기관에 의뢰해 다시 결과를 받는 데 며칠이 소요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소재한 팹 연구소(Fab Lab Barcelona)가 개발한 작은 크기의 측정기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 측정기에 포함된 센서는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온도, 습도, 빛 강도, 소음을 측정할 수 있다.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으로 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10W짜리 태양광 발전기나 소형 배터리로 전원을 공급하며 창문이나 발코니를 비롯해 원하는 지점에 독립적으로 부착할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해 모든 구성품을 다 포함해도 30만원(212유로) 정도다. 서울연구원은 "기존 정부가 사용하던 정밀한 센서는 15,000달러(약 1,600만원)에 달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센서는 상당히 저렴하면서도 정밀도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팹 연구소가 2010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한 이 측정기는 시민모금 방식인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보급돼왔다. 초기 14,000유로(약 2천만 원)를 모금해 200개의 키트를 보급했다. 이어서 68,000달러(약 7천만 원)를 모금해 추가로 500개의 키트를 보급했다. 현재 미국에 120개, 유럽에 400개 정도가 설치됐다. 암스테르담시의 경우 아예 100개의 키트를 구입해 직접 보급에 나서기도 했다.
팹 연구소의 토마스 디에즈 이사는 자신들이 개발한 측정기에 대해 "도시에서 시민들의 생산적인 역할을 되찾을 수 있게 하는 도구"라고 말하며 "정치적 참여와 연계해, 가령 시의회에 '이 도로 주변에 관리가 필요하다'거나 '대기오염 수준이 심각해지기 때문에 이 공원을 없애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는 풀뿌리 지역 데이터의 생산과 공유를 통해 전 세계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있다. 디에즈 이사는 "단순히 사람들이 지도에 표시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에 기반해 토론이 활성화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 관리에 진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관한 논의을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지언
Smart Citizen Kit from Mind the Film on Vimeo.
링크 | A Grassroots Environmental Sensor Network, So You Don't Need The Government To Say The Air Is Ok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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