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포집, 이용 및 저장(carbon capture, utilisation and storage, 이하 CCUS) 기술이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사례를 살펴보면, 전망은 어둡다.
이런 불확실성에도, 일본제철, 아르셀로미탈, 포스코 등 주요 철강사들은 투자자들에게 CCUS 기술을 탄소중립 달성의 중요 수단이라고 호소해왔다. 현재 검토되거나 진행 중인 CCUS 프로젝트들이 실제 상용화될지는 불투명하다.
CCUS는 재무적, 기술적, 환경적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낮은 포집율은 핵심 이슈다. CCUS 프로젝트가 목표로 제시하는 포집율이 배출원의 배출량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도 한계지만, 이런 낮은 목표조차 달성하는 사례도 드물다.
단적인 사례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있는 알 레야다(Al Reyadah) 프로젝트다. 상업 운전 중인 철강 생산용 CCUS로 세계에서 유일하다. 이 프로젝트는 2023년 가스 기반 제철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26.6%를 포집하는 데 그쳤다. 이렇게 포집된 온실가스는 원유회수증진(EOR) 공정에 재투입된다.
미국 싱크탱크인 에너지 경제 및 금융분석연구소(Institute for Energy Economics and Financial Analysis, IEEFA)는 6건의 상업 규모 CCUS 프로젝트를 분석한 최근 "철강을 위한 탄소포집?(Carbon Capture for Steel?)" 보고서를 통해 해당 프로젝트들의 효과와 전망이 기대를 크게 밑돈다고 지적했다.
올해 5월, 캐나다에서 추진 중이던 24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발전용 CCUS 프로젝트가 재무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좌초됐다.
아울러 지난 10월, 노르웨이에서 운영 중인 플래그십 CCUS 프로젝트인 슬라이프너(Sleipner) 사업의 경우, 모니터링 장비의 결함으로 인해 수년간 이산화탄소 포집율이 과다 보고되었다는 문제에 대해 사업자인 에퀴노르가 최근 인정했다. 이 프로젝트는 CCUS 프로젝트의 기술적 타당성을 입증하는 사례로 흔히 활용되어 왔다.
글로벌 탄소포집저장(CCS) 연구소에 따르면, 6건의 계획 중인 CCS 프로젝트에 대한 세부 정보는 비공개, 알 수 없음 또는 "검토 중"으로 제시되어 이 프로젝트의 현실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CCUS 기술 개발이 시작된 지 50년이 넘었지만, 비용은 여전히 매우 높다. 혁신을 추구하는 철강사의 경우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고로를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석탄을 기반으로 하는 고로에서 온실가스를 저감하기 위해선 탄소 포집을 여러 단계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크게 상승시킨다. 세계에서 운영 중인 고로에 대해 상업 규모의 CCUS를 도입한 사례는 전무하다.
CCS 대신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는 흐름은 확고하다. 2030년까지 직접환원철 생산 용량은 9천6백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상업용 CCUS 규모가 1백만톤에 유지된다는 전망과 대비된다.
그린철강 전환의 핵심 요소인 그린 수소의 비용도 아직 높지만 규모의 경제와 재생에너지 단가 하락에 힘입어 감소될 전망이 높다.
이지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