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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칼럼

'촛불'단체 배제하는 서울시 '차없는 날'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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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 차 없는 날' 계획이 가시화됐다. 버스를 제외한 일반 차량의 통행을 전면 금지한다고 거리가 종로구간뿐 아니라 강남의 테헤란로를 포함한다고 서울시가 지난달 30일 밝혔다.

일 년에 하루 도시에서 '자발적으로 자가용 운행을 자제하는' 차 없는 날 캠페인이 서울지역에서 시작된지 8년째를 맞는다. 애초 시민단체들의 주도로 이루어지던 행사가 2007년부터 서울시와 공동으로 주최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20개 환경단체와 소비자단체가 서울시와 함께 공동 조직위원회로서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얼마 전 서울시가 조직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단체들을 임의로 선별하겠다고 해서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차없는 날 조직위원회 사무국을 맡고 있는 녹색교통운동은 "서울시에서 올해 차 없는 날은 기존의 조직위 단체와 공동주최가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일부 단체 배제하기로 '통보'

서울시는 조직위를 임의대로 재구성하면서, 기존의 조직위에 참여했던 일부 환경단체들을 배제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 서울시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녹색교통운동이 사무국의 문제인지 그렇다면 다른 단체에게 사무국을 맡기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서울시는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녹색교통운동은 공개질의서를 서울시에 공문으로 보냈지만, 아직까지 회신을 받지 못했다.

서울시는 지난 7월30일 선포식을 갖고 녹색자전거봉사단과 녹색소비자연대를 비롯한 기존의 조직위에 참여했던 일부 단체들이 공동 조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의 임의적 '선별'의 기준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면서, "서울시가 '촛불'단체들을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명확한 입장 밝히지 않아… '촛불'단체 배제 논란
이번에 재구성된 조직위에 배제된 녹색교통운동, 서울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단체들은 지난해 1842개 단체들이 참여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소속된 단체로서, 올해초 경찰에 의해 '불법·폭력시위 관련 단체'로 지목됐다. 불법·폭력시위 단체로 최종 지정되면 정부의 각종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서울시가 이를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것.

한편 서울시는 '차없는 날' 홈페이지 도메인 사용권을 기존의 조직위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단체들이 서울시의 일방적인 행정 추진에 불만을 나타내면서 지난해에도 홍보 부족으로 지적을 받았던 차없는 날 행사는 올해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조직위 단체들은 7월28일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이번달 항의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 차 없는 날, 절반의 성공을 넘어 나아가기

“모든 사람들은 자신 소유의 차를 원한다. 하지만 매연 배출로 발생된 대기 오염으로 호수와 숲이 고갈되고 사막이 늘고 있다. 우리 각자는 지구를 보호하고 돌보기 위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우리는 아이들과 그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가 보장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 자신의 삶이 우리의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
―틱 낫 한

지난 9월 18일, 다음주에 있을 ‘차 없는 날’ 마지막 캠페인을 위해 아침 일찍 세종로 교차로에 나갔다. 출근시간인 만큼 한 눈에 봐도 수많은 차량이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나의 눈길은 자연스럽게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 승용차로 향했다. 대부분 운전자 혼자 타고 있는 이른바 ‘나홀로 승용차’였다. 서울에서 나홀로 승용차가 80%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차 없는 날을 앞둔 눈 앞의 현실이 너무 차갑게 보였다. 각자의 사연을 태운 수많은 승용차가 무심히 서울 도심을 흐르고 있었다.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더 많은 날, 더 많은 시민들이 깨끗한 공기와 평화로운 도시생활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 갈 것임을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9월 22일 ‘2008 서울 차 없는 날 조직위원회’는 시민선언을 통해 이날 캠페인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그 중 첫 번째 내용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고유가 극복과 지구 온난화 억제를 위해 승용차 이용을 자제하자는 시민 캠페인을 차 없는 날 하루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전개한다.’
조직위원회는 이날 출근시간대(7~9시) 총 교통량이 평소에 비해 11.2% 줄었다고 발표했다(자가용 교통량 16.4% 감소). 애초 예상했던 30%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총 교통량은 지난해에 비해 1.5%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위원회는 감소율이 낮은 원인에 대해 ‘올해 고유가 등으로 평소 교통량이 이미 줄어들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서울시는 버스승객의 경우 8.5%, 지하철 승객은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캠페인이 ‘진정한’ 차 없는 날이었는지 반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홍보가 부족했고, 오히려 일부 도로에서 차량이 늘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녹색교통운동의 조사에 따르면, 송파대로, 강남대로, 동작대로 등 일부 지점에서 유일하게 승용차 교통량이 평소보다 높게 나타났다. 배차가 늘지 않은 상황에서 대중교통이 늘어난 승객을 소화하기 어려웠다는 불만도 있었다.
대중교통 무료이용 시간과 지역을 늘리면 차 없는 날 캠페인이 성공할 수 있을까? 하루 캠페인으로서는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행사가 주는 의미는 막대한 예산과 인원 동원에 의한 홍보가 소음과 매연 없는 ‘깨끗한 공기와 평화로운 도시생활’을 저절로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종로와 청계천 일대는 몇 달 전 촛불에 의해 자생된 거대한 차 없는 거리의 현장이기도 하다. 비록 촛불광장을 차가 없어진 거리로 의미화한 사람은 소수였지만, 수많은 참가자들이 느낀 해방감은 다름 아닌 ‘걷는 즐거움’에 있었다.
일상에서 자동차에 의해 지배됐던 넓은 도로를 보행자와 자전거를 포함한 녹색교통수단에 돌려주는 것, 바로 차 없는 날 캠페인이 추구하는 바다. 그것은 사라진 광장을 복원하는 길이고, 소음과 온실가스로 뒤덮인 도시에서 지구와 우리 모두를 위해 내딛는 가벼운 발걸음이다.
2008년 차없는 날 캠페인 이후 <잎새통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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