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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칼럼

시민운동과 사회적 미디어, 행복하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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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사주간지가 올해의 인물로 ‘아고리언’을 선정했다는 사실은 별로 놀랍지 않다. <위클리경향>은 이번 선정이유에 대해 2008년의 누리꾼은 분명 달랐다. 그들은 웹 1.0 혹은 웹 2.0 시대처럼 텍스트나 댓글로만 활동하지 않았다. 광화문 촛불집회를 실시간 동영상으로 중계했을 뿐 아니라, 단순한 인터넷 이용자 혹은 소비자가 아닌 명실상부한 생산자이며, 동영상의 편성권자, 소비자 주권 혁명자로 당당히, 사실상 권력자로 등극한 것”이라고 밝혔다.

촛불은 참여와 개방을 바탕으로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정보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개념인 이른바 ‘웹2.0’ 이상의 역동성을 보여줬다. 이런 예상치 못한 역동성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주류언론을 비롯한 기성권력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기 어려웠고, 시민사회는 흥분된 놀라움을 보여줬다는 차이밖에 없었다. 시민단체가 주목하고 추구해야할 미디어 전략은 어떤 것일까. 비영리적 가치와 ‘사회적 미디어’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지난 12월12일에 다음세대재단 주최로 열린 ‘2008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내용 일부를 정리했다.

‘고질라 식’ 규모 시스템을 버려라

윈도우즈와 함께 사용되는 운영체제인 리눅스(Linux)는 개인 개발자가 아닌 집단 창작의 결과다. 프로그램의 소스를 완전히 공개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내용을 작성하고 수정할 수 있는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는 2백654만 개 이상의 영어 페이지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아무나 페이지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누군가에 의해 페이지가 복구된다.

구글은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 페이지 순위를 결정하는 검색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dot SUB’는 동영상 자막 사이트로서, 누구나 자막을 수정 가능하다. 마가린(mar.gar.in)은 ‘소셜 북마킹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온라인에서 즐겨찾기를 관리하고 공유한다. 비슷한 목록은 계속 이어진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앞에서 열거했던 사례를 관통하는 열쇳말이다. 집단지성이 촛불광장을 통해 주목받기 이전부터 인터넷 공간에서 이미 활발히 구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중간을 거치지 않고 당사자들이 직접 연결되는 온라인 공간은 기본적으로 개방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11일 새벽, 광화문 촛불광장에서 미디어 활동가들이 레이저포인터 등으로 건물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 서울환경운동연합

집단지성은 대기업을 비롯한 소수 20%가 수익의 80%를 차지하는 기존 ‘고질라’ 식 규모 시스템이 아닌 보다 많은 참여자들에 의한 수익 구조를 강조한다. 누구나 수정하고 편집할 수 있는 방식은 자격요건이나 권위를 거부하지만, 기여자 역시 모호하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태그(tag)’는 기존의 분류에서 탈피한 집단지성의 명명 방식이다. 앞서 소개한 마가린은 홈페이지에서 “소셜 북마킹에선 태그를 이용하여 북마크를 기억하고, 다시 찾고, 관리합니다. 그리고, 태그를 통해 집단지성을 구현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자유롭게 선택된 키워드를 이용하여 이루어지는 협업적 분류’를 뜻하는 신조어 폭소노미(folksonomy, folks[민중] + taxsonomy[분류학]’는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집단지성은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의 결과로 나타난다. 실패를 손실비용으로 인식하는 기업의 경우 이런 시도는 크게 환영받지 못 한다. 자원활동과 같은 비금전적인 활동에 기반한 비영리활동과 차별되는 대목이다. “공개, 중요하다. 그런데 용기가 필요하다. 각 비영리단체들 사이에 네트워크와 집단지성이 요구된다.”(윤종수, Creative commons korea 프로젝트리더 iwillbe@chol.com)


열고 공유하라, 그러면 자유로워진다니까

정보기술(IT)은 과연 더 나은 사회, 더 건강한 사회에 기여하고 있을까. 정보기술을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체적이고 반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창의적 시도를 주체적 사용이라고 한다면, 사용자와 기술의 관계를 거리를 두고 따져보는 것은 반성적인 사용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게시판의 구분이 그 구분의 경계를 넘는 글쓰기를 차단하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이는 오프라인 활동마저 틀 안에 가두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카페테리아의 게시판 구성을 바꾸면 고객의 주문 선택을 바꿀 수 있는 이치와 비슷하다.

김창준 애자일컨설팅 대표(agile.egloos.com)는 내부에서부터 변화가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컨설팅을 맡았던 한 유치원을 소개하면서, “기존의 기록을 활용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내부에 위키위키 게시판(보안이 안 되는 게시판으로 어떤 글이든 수정이 가능하다)을 만들었는데, 유치원의 피라미드 같은 서열구조가 더 ‘납작’해지는 효과를 보였다. 소통하고 싶은 의지도 원활해졌다”고 설명한다. 어떻게 내부 네트워크를 ‘똑똑하게’ 만들고, 지적 자산을 서로 연결시킬 것인지부터 출발하라는 것.

▲위키피디아에서 가장 빈번히 수정되는 상위 300개 페이지에 대한 시각화. 진하고 큰 점이 찍힌 정보는 그만큼 높은 활동성을 나타낸다. 출처: Bruce W. Herr II, Todd M. Holloway, and Katy Borner

소셜미디어가 그리는 미래

전통적인 4대 미디어, 즉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잡지와 같은 기존의 미디어 세계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임정욱 다음 글로벌센터장은 미국의 사례를 통해 이것이 매스미디어에서 소셜미디어로의 전환을 위한 진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소수에 의해 운영되는 블로그 뉴스 사이트인 Techcrunch는 하루에 25만 명이 접속한다. 이 사이트는 전통적인 종이신문인 ‘San Jose Mercury News’가 차지하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줄어드는 지상파 시청율과 대조적으로, 유튜브(youtube.com)는 미국인들 1억 명(전 인구의 40%)이 이용하는 수준에 달한다. ‘PC magazine’이나 ‘Christian science monitor’지는 종이매체를 포기하고 있는 중이다. 손에 들고 다니는 전자책 리더기인 ‘Amazon kindle’이 종이책을 대체하는 성공사례로 홍보되고 있다. 유사한 사례는 계속 이어진다….

소셜미디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정보가 공유되고 분산돼 정보의 민주주의에 기여하고, 자신의 생각을 수신하고 발신할 뿐 아니라, 사용자가 뉴스를 생산하는 즉시 공유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소셜미디어 생산자는 “주류매체 기자보다 더 영향력 있다.”

미국의 대선에서 오바마 당선 요인으로 매스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이미지를 거부하고 소셜미디어를 활용했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의 ‘아고라’라고 알려진 블로그 미디어 ‘Huffington post’는 수천 개씩의 댓글을 자랑하며 대선에서 오바마 현상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각 후보의 홈페이지 접속량을 비교해볼 때 이미 누가 당선될지 뻔하다’고 해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라디오 담화를 했다면, 오바마는 유튜브 담화를 선택했다(물론 이명박 대통령은 여전히 ‘라디오 담화’를 선호한다). 이런 미디어 전략이 소액 지지자들의 참여로 이어졌다. 650만 건의 기부 중 약 600만 건이 100달러 이하의 소액 기부였던 것이다.

▲지난 미국 대선 당시, 오바마 후보는 더 많은 지지자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유튜브에 있는 자신의 사이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네티즌과 소통하면 답이 있다

소셜미디어 이외에도 비영리활동은 인터넷기업과 연결되고 있다. 그 중에서 다음(daum.net)의 희망모금 사례는 가장 참고할 만하다. 미디어와 모금이 결합된 모델인 희망모금은 모금제안부터 집행까지의 과정이 네티즌의 참여와 소통을 통해 진행된다. 이것은 모금의 집행결과를 피드백하는 절차까지 철저하게 포함하고 있다.

김태호 다음 마케팅센터장은 심지어 기업별 홈페이지에 별도의 사회공헌 홈페이지를 굳이 만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다음 아고라에 모금청원을 하라는 것. 일반적으로 네티즌과 비영리단체가 참여한 모금은 1천 만 원을 목표로 진행돼 왔다. 그는 성공사례를 통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1.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일대기 출판후원”, “네 살 헤원이 두발로 다시 걷고 싶어요”, “이주여성 이혼 후 돌아갈 여비가 필요하다” 등 모금캠페인은 구체적이면서도 실현가능한 목표를 제시했다. 따라서 목표금액 역시 구체적일 수밖에 없다.

2. 사회적 이슈와 함께 호흡하라!
“독도 광고비 모금운동”, “기름에 묻힌 서해안을 살려주세요!”와 같이 시기적으로 넓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이슈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3. 모금으로 끝? 후원 결과를 공유하라!
희망모금은 하이픈 기자단 운영하는 등, 후원의 결과가 실제 어떻게 집행됐는지에 대한 상시적 공유를 중요시하고 있다. 이는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적인 과정이다.

4. 다양한 수단을 이용하여 이슈를 확산시켜라!
예를 들어 독도 이슈의 경우, 페이지 구석에 삼각형 배너와 같은 다양한 패턴을 활용했다.

그는 “네티즌과 소통하면 답이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네티즌의 공감이 높다고 해도 모금진행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정치적 현안이나 네티즌의 찬반이 예상되는 이슈, 특정 집단에 이익이 국한되는 경우는 희망모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 이 글은 지난 12월12일에 있었던 2008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의 일부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글=이지언(leeje@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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