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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칼럼

그들의 조급증 그리고 규제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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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8일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참가후기

한국이 걸어왔던 ‘압축적 근대화’에 대한 강박관념은 이번 ‘녹색성장기본법’ 제정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녹색성장, 물불 가리지 않았던 기존의 ‘막가파식’ 성장과 다른, 경제와 환경의 조화를 꾀할 뿐 아니라, 환경을 통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패러다임, 이것이 최근 유통되는 녹색성장이란 말에 걸고 있는 기대들이다.

이번 법안 발의를 추진하는 녹색성장추진단에 의하면, 녹색성장기본법은 지난해 11월부터 구상됐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 1월 15일에 발의됐고, 29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2월 안에 심사를 마쳐 국회에 제출된다는 ‘일정’까지 모두 나왔다. 휴, 급하긴 급하나 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일 이상이 되어야 하는 예고 기간이 왜 14일로 단축됐냐는 질의에 엉뚱한 답변이 온다. “그만큼 국민과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면 문제없을 것”이라나. 한걸음 더 나아가 국민들이 이 법안의 시급성에 대해 인정하고 있단다.

아직 공식적인 기구가 아닌 녹색성장위원회(준)이 어떻게 입법예고를 할 수 있는지 따져도 그냥 넘어간다. 이날 공청회에서 대부분의 패널이 공유하고 있던 두 가지 심리상태: 촉각을 다툴 만큼 이 법안의 제정이 시급하다는 것, 그리고 이 법안은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것으로서 처음 시도되는 굉장한 역사라는 것. 이렇게 한시가 바쁜데, 과연 제시된 “모든 의견은 긍정적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믿어도 될까. 그들은 자신들의 조급함을 국민들의 지지라는 허상으로 정당화하려고 있다.

패널에 참석한 이광윤 성균관대 교수는 원자력 산업을 육성한다는 조항을 놓고 “정직하면서도 현실적인” 법안이라고 평했다. 이번 법안은 45조(기후변화 영향과 적응에 대한 조항)에 이어, 46조 ‘원자력 산업육성’을 특별히 따로 덧붙였다. 여기에는 ‘청정에너지원으로서의 원자력’이라는 표현도 포함됐는데, 지난해 원자력 비중을 크게 확대하겠다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기본법에 규정된 에너지기본계획의 수립에 대한 조항이 이번 법안의 39조에도 포함되었다. 왜 굳이 중복해서 상위법에 넣었을까. 그런데 3의 (6), 즉 ‘원자력의 이용·진흥에 관한 사항’은 에너지기본법에 없던 내용인데, ‘슬쩍’ 들어가 있다. 이를 두고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원자력산업 활성화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정래권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곧이은 자신의 발언에서 이를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정래권 대사는 “한국 국민들은 에너지 절약이 체질화되어 있지 않다”고 언급하며 “그렇지 않다면 핵발전소를 지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정부는 국민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의 발표를 염두에 뒀는지, 비정부기구(NGO)의 역할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에너지 절약 홍보와 교육에 시민단체가 더욱 활발히 참여해야 한다는 것. 물론 맞는 말이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해오고 있다.

그런데 위험하고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핵발전소가 늘어나는 이유를 국민들의 체질이나 민간단체의 성실성 따위로 설명하려는 것 같다. 그렇게 의식이나 행동에 의한 변수를 염두에 둔다면, 그리고 이 법안의 의의가 무엇보다도 목표 설정과 이행에 대한 규정이라면, 핵발전에 대한 축소를 단호하게 천명하는 일은 왜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정래권 대사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래권 대사는 녹색성장에 대한 자신의 거대한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한국은 개도국으로서, 성장과 기후 도전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데, 이런 모델은 어떠한 역사적 유례도 없었으며 ‘세계 최초’라는 것이다. 과연 한국이 개발도상국인가? 폴란드에서 열린 지난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 그는 한국의 위치에 대해 선진국도 개도국도 아닌 둘 사이의 ‘교량’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의 책임으로 뒤따르는 의무감축에 대해 완강히 거부하며 미국식과 같은 자발적 감축방식을 지지한다. 그는 “미국은 올해 내 배출권거래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를 도입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무역제재를 가할 것이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고, 어쩔 수 없이 이를 도입해야만 한다”고 힘주어 주장했다.

이렇듯, 이번 법안은 온실가스 목표 설정과 구체적 이행의 명시에 큰 의의를 두면서도, 동시에 이런 흐름이 기업과 경제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집단적으로 드러난 계기였다. 그리고 공청회는 이런 기업의 잠재적 불안을 어르고 달래는, 이 법안은 ‘새로운 의무’도 아니며, 곧 이어 배출권거래제도의 입법이 조속히 요구된다는 불안한 예언을 공유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조급함에 대한 심리와 더불어 시장에 대한 강력한 믿음은 이번 공청회의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누구의 말대로 이 법안은 굉장히 ‘파워풀’한 법으로 탄생할 수 있다. 수많은 기본법 위의 기본법이니까. 법 위의 법은 이렇게 2주일 만에 큰 틀을 갖췄다. 법안이 2월 동안 얼마나 변실할지는 기다려봐야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어떤 위력을 발휘하게 될지도….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이번 공청회 실내가 왜이렇게 더웠는지. 밖은 영하를 오르내리는 추운 날씨였는데 말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면 몸에서 나오는 열도 상당할텐데 말이다. 밖에 준비된 종이컵도 그렇고, 녹색성장기본법 공청회라는데, 별로 기본이 안 되어있는 느낌은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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