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후 비상/블로그 다이어리

휴지통에 버렸다 꺼낸 기억(2) 파주 헤이리의 지렁이

반응형

이번 겨울의 유난한 추위는 5월초 한풀 꺾여 있었다. 주말에 파주 헤이리에 놀러가자고 형이 연락해왔다. 몹시 화창한 날이었다.

외진 낯선 마을에 사람들이 저마다 차를 끌고 북적 모여대는 모습이 마냥 신기했다. 놀이동산과 주거지역이 뚜렷한 경계 없이 섞여있는 마을이었다.

마을에 들어선 건축물을 소개하는 두꺼운 책이 따로 있을 정도로 획일성을 탈피한 건물들, 미술 전시관과 온갖 박물관들, 갈대가 우거진 소박한 호수 옆 나무 그늘에서 자리를 깔고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 헤이리는 상업적이었지만 차별된 놀거리를 주고 있었다.

이름이 '지렁이다'였던가. 재밌는 간판을 보고 들어간 곳은 가까운 농산물와 친환경 상품 판매장이었다. 손글씨 간판과 간결한 인테리어로 꾸며진 이곳은 얼마 전에 문을 열었단다.

"이케아보다 낫네요"

직원에게 아첨할 뜻은 아니었지만, 근처의 이케아 매장에서 받았던 차가운 분위기가 떠올랐다. 헤이리 이케아 매장에서 만난 상품은 언젠가 방문했던 상하이 이케아 매장의 그것과 꼭 같았다. 세계화된 획일적인 상품. 먼 거리를 이동해 한국의 어느 마을에 떨어진 상품.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탓인지 가격은 당일 환율을 적용 받는다.

봄에 찾은 헤이리. 나른한 생각들에 빠지며 오후가 흘렀다.

01234567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