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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단열주택 도전기

에너지 효율 건축 ‘구조적 안정성과 비용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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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다섯 번째 ‘도심에서 생태-단열 건축도전’ 모임이 환경센터에서 열렸다. 건축주와 설계자를 비롯한 9명이 모임에 참가했다. 단열 블록을 활용한 건축이 결정된 지난 5월 모임 이후 한 달 동안 구조적 안정성에 대한 검증작업이 진행됐다.

이태원 주택의 설계를 맡은 장석진 소장은 먼저 두 가지 고민을 언급했다. 3층짜리 주택에 단열 블록을 적용할 경우 구조적 안전성과 화학적 성능이 담보될 수 있는가. 내진 설계가 반영돼야 하는 3층 건물에 블록을 쌓아 짓는 방식이 구조적으로 안전한지 검증해야 하는 부담이 남아있었다.

독일에서 생산되는 단열 블록의 경우 내수용과 수출용 두 가지로 나뉘는데 내수용의 경우 내진설계의 부담이 없어서(독일은 지진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블럭과 블럭 사이 콘크리트와 철근이 들어가는 골조 두께가 130밀리미터이지만 수출용은 내진설계를 감안해서 복배근을 설치해도 콘크리트 접착이 잘 될 수 있도록 210밀리미터 수준이라고 한다.


그런데 국내 제품은 독일 내수용 거푸집으로 130밀리미터 골조 두께의 블럭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사진에서 처럼 블럭이 구분이 지어져 있는 것은 콘크리트 타설을 해도 철근이나 블럭에 걸려서 콘크리트가 잘 다져질 지가 의문이다. 그래서 진동을 줘서 콘크리트가 잘 들어가서 쌓이고 철근에 부착이 잘 되도록 해야하는데 외부에서 진동을 주는 방식은 단열블럭이 진동을 흡수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고 진동기를 안으로 넣어서 하는 방식은 130밀리리터가 비좁아서 어렵다는 결론이다. 결국 3층짜리 건축의 구조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30밀리미터짜리 국내산 단열 블록의 선택이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장흥 단열 건축에 사용 중인 단열블록(위). 210 밀리미터 골조두께를 보장할 수 있는 독일제 단열블럭을 쓰고 있는 제천 건축 현장. 위 사진과 달리 블록 사이의 칸막이가 없다. 사진=SJ Tech


이어서 현재 단열 블록을 활용한 다세대주택 건축 사례가 소개됐다. 지난해 9월부터 ‘헤비타트’가 화성에서 18세대 다세대주택을 국내 단열 블록을 사용해 거의 완공단계에 있다. 헤비타트는 애초에는 블럭을 쌓아서 건축하는 방식이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하기에 쉬운 DIY 방식이라서 접근한 것이다. 그런데 단열효과까지 얻게 된 것이다. 장석진 소장은 “단열 블록을 다세대 주택에 적용시킨 사례라서 참고가 된다. 설계도에서 세부적인 부분까지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화성 다세대주택은 이태원 주택의 3배 규모다.

동시에 화성 주택사례의 한계도 지적됐다. 블록 하나의 길이가 750밀리미터인데 잘라서 연결한 부분이 설계도에서 발견된 것이다. 잘라서 붙인 부분에서는 서로 맞물리지 않기 때문에 틈이 발생하고 틈은 열 손실을 발생시킨다. 설계를 할 때 이 단위를 유념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문 설치의 경우 안전성과 열교(안팎으로 열이 교환되는 현상)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블럭으로 줄줄이 이어가다 보니 1밀리미터의 차이가 길게 늘어서니 눈에 띄게 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1밀리미터의 차이를 만들지 않도록 단열블럭을 생산하는 것도 기술이라고 한다. 시공과정에서 블록을 쌓을 때 수평과 수직의 조정이 정교하지 못한 탓도 있는 것으로 보였다.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현장 경험의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태구 세명대 교수는 “에너지 절약 건축의 설계가 최대한 자세하게 표현돼야 시공과정에서 혼란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성이 떨어진 단순한 설계도에 의존하는 현장은 ‘알아서 풀어내야 하는’ 부분이 많아져 오차가 커진다는 의미다. 이런 오차는 틈을 만들어 결국 에너지 효율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스티로폼 제작의 경우 거푸집에서 팽창을 시켜 만드는데 온도가 떨어지면 수축되는 현상까지도 고려해야 1밀리미터의 오차를 줄일 수 있다. 이태구 교수는 1밀리미터의 오차를 정밀히 제어하지 못한 단열건축 기업들이 경쟁력을 상실해서 결국에서 시장에서 사라졌던 유럽의 사례를 덧붙여 소개했다.

화성 건축은 단열이 벽면에만 적용된 점도 설계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태구 교수는 “벽면과 바닥, 천장을 연계해 단열이 설계되지 않아 아쉽다”면서 이를 ‘두꺼운 파카를 입고 정작 양말을 신지 않을 꼴’이라고 비유했다.

그런데 이날 모임의 숙제는 정작 다른 데 있었다. 바로 비용이다. 건축의 친환경성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여러 선택비용이 일반건축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다면 누구도 이를 선뜻 결정내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건축주 개인의 지불능력을 떠나 이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생태적이고 에너지 효율적인 건축의 선택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과제다.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가기 위한 마지막 질문이 남았다. 수입산 단열 블록이 건축주가 수긍할 만큼 비싸지 않은 선택인가? 일반 철근 골조와의 비용을 비교해 판단이 내려지면 곧바로 설계가 진행되게 된다. 다음 모임이 있는 7월8일엔 이태원 주택의 설계도가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스위스 쮜리히대학 건축공학 석사과정에 있는 추소연씨는 패시브 하우스 인증 과정과 국내 친환경건축물의 인증 과정과 절차에 대해서 소개했다. 국내 친환경건축물에 대한 인증은 5가지로 들쑥날쑥하고 2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서만 적용된다. 관련 제도의 정비가 시급한 것이 확인되었다.

더불어 패시브하우스와 같은 단열 건축은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여러 요소를 프로그램에 돌려서 얼마나 단열효과가 가능한지를 따져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도 참가자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샘플이 있는데 활용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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