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1일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지금도 대기와 태평양으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고 있고 상황은 줄곧 심각한 사태로 치닫고 있다. 핵 규제 주체들과 원자로를 운영하는 산업관계자들은 그 위험성과 결과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기대다.

핵발전 사업은 ‘결탁의 역사’

그러나 후쿠시마의 사례는 핵 규제 주체들과 원자로 운영 사업자들이 그 위험성을 인정하기보다는 오히려 무시하고, 핵의 안전성 문제로부터 대중을 보호하기보다는 핵발전 시설을 지켜내는데 협력하는 관계임을 드러냈다. 핵 규제 형태는 각 나라마다 다양하지만, 후쿠시마 사례를 통해서 공통적인 문제점들이 나타난 것이다.

숀 버니

특히 진정한 의미의 독립적 규제기관이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일본에서 핵발전의 역사는 도쿄전력과 같은 전력회사와 정부 규제기관의 결탁의 역사이다. 일본은 핵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보안원을 경제성 산하에 뒀다. 그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 경제성은 내수 시장과 해외 수출 시장에서의 산업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역할을 맡는다.

일본의 핵 발전 전력회사들은 1970년대부터 사업 확장을 이루는 동안 수천억엔에 이르는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반면 핵 규제는 이들 사업자에게 위협으로 인식됐다. 이런 갈등은 항상 그랬듯 강자가 이득을 챙기는 방향으로 일단락됐고, 핵 산업에 대한 약한 규제가 지속되게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드러난 스캔들만 기록으로 남겨도 몇 권의 책이 될 판이다.

2002년 8월 원자력안전보안원은 도쿄전력에서 제출한 자체 안전성 검사 기록을 수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조작해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조작은 후쿠시마 및 동쪽 해안에 위치한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시설의 17개 핵 원자로 중 13개 원자로에 걸쳐 이뤄졌다.

이런 조작 사례들은 사소한 것이 아니라 원자로 내 보호판(shroud)의 응력부식균열과 관련된 것으로 이미 1990년대에 그린피스와 다른 단체들이 경고해 온 것이었다. 안전의 관점에서 이런 균열들을 신속히 파악하고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지만 이는 사업자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한다. 그래서 도쿄전력은 자체 안전성 검사 결과를 조작하는 편을 택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 수년 동안 원자력안전보안원이 실시하는 검사를 단순화하고 간소화하는 시도도 있었다. 검사가 축소되면 될수록 전력망에 더 많은 투자가 가능해, 더 많은 이득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핵발전이 내재적으로 더욱 위험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본이나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지명된 위원과 실무자가 핵안전 전반을 감독하는 독립기관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를 구성하지만, 최대 규모의 핵발전 국가인 미국 역시 무능한 핵 규제의 이력을 가지고 있다. 원자로 교체는 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원자로의 수명을 늘리는 쪽을 택하게 된다.

알고 있나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기존에 핵실험을 강행했던 미국 원자력위원회(Atomic Energy Committee)가 해체되면서 구성됐습니다. <원전을 멈춰라>를 쓴 일본의 저널리스트이자 반핵평화운동가 히로세 다카시도 자신의 책에서 미국 네바다주 핵실험 사례에서 두 기관의 연관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핵실험을 강행한 미국 원자력 에너지위원회의 비밀 보고서에 기록된 것인데 죽음의 재가 어떻게 확산되었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나는 AEC(Atomic Energy Committee)을 간단히 원자력 위원회라고 번역했는데, 이 기관이 바로 위험한 핵실험을 강행한 후 1977년 현재의 원자력 규제위원회(NRC)가 탄생할 때까지 존속된 역사적인 기관입니다."

미국 내 상당수의 원자로가 1970년대와 1980년대 초에 운영되기 시작했다. 2007년, 위원회의 감독관에 의해 작성된 한 보고서는 연장 운영된 원전시설의 70% 이상에서 핵발전시설 운영자들이 제출한 기술적 안전성에 관한 정보의 진위를 위원회 직원들이 검증하지 않았다고 보여줬다.

독립적 규제 기구 만들어야

이러한 폭로와 핵발전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시민들과 환경단체들의 진정에도 미국 전역에 걸쳐 존재하고 있는 원자로들의 수명 연장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핵규제기관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인다 한들 세계 도처에서는 핵 규제 실패 사례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으며, 핵산업의 상업적 권력과 정치적 권력 그리고 그들의 정치적 지지자들로 인해 그들의 노력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규제 주체를 정부의 산업 촉진기관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주된 첫걸음이고, 이러한 작업은 가능한 한 빨리 일본과 한국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핵 발전 시설의 안전을 보장하리라고는 믿지 마시기를.

숀 버니(핵에너지 컨설턴트·전 그린피스 핵 책임자)
번역 환경운동연합

이 글은 4월23일자 경향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기고문 원문(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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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언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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