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 2주기를 이틀 앞둔 3월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탈원전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공연을 보며 흥겨워하고 있다. 사진=이지언


다시 에너지 전환이 화두로 떠올랐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핵 재앙은 세계 전체를 뒤흔들었다. 핵에너지의 실체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됐고 방사능이나 핵발전소에 관한 정보가 확산됐다. 일본뿐 아니라 핵발전소가 가동되거나 추진되던 국가들에서는 ‘제2의 후쿠시마’를 피하기 위해 핵발전소의 폐지와 강도 높은 안전 점검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한국에서도 다수가 정부의 핵발전 확대 정책에 낮은 신뢰를 보내며 핵발전소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에너지 ‘가장 인기 없는 에너지원’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나고 1년이 지난 2012년 2월,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65%가 핵발전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다(후쿠시마 사고 1년, 서울환경운동연합 여론조사 결과, 2012년 3월 6일). “국내 핵발전소가 안전하지 않다”는 의견은 54%, “설계수명을 다 한 노후 원전이 연장 가동돼서는 안 된다”는 여론은 79%로 다수로 나타났다.


핵발전 비중이 낮아져 발전량이 감소하더라도 에너지 절약에 참여하겠다는 여론도 88%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 중에서 33.5%는 “전적으로 에너지 절약에 참여하겠다”고 답변했다. 91%가 에너지 절약에 참여 의지를 나타낸 서울시민이 절전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이전까지 국민 다수가 핵발전에 우호적이라고 발표했던 원자력문화재단의 여론조사 결과가 뒤집어진 동시에, 태양광과 풍력은 가장 바람직한 발전원으로 꼽혔다. 에너지원별 지지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 태양광은 96.4%, 풍력은 95%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반면 핵에너지를 지지하는 여론은 35%에 그쳐 가장 인기 없는 발전원으로 나타났고, 석탄이 38%로 뒤를 이었다.


핵발전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국내외 여론은 분명히 높아졌지만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의 장막은 걷히지 않았다.


체감할 수 있는 전환


재생에너지의 비용과 효율성을 둘러싼 회의적 태도는 일반뿐 아니라 언론 보도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일례로 2011년 4월19일 한국방송(KBS)의 “고유가 대안 태양광 관심 집중”이란 제목의 보도에서 “올 한해 우리나라에서 쓸 전력량을 따져봤더니 48만 기가와트(GW) 정도 됩니다. 이걸 전부 태양광으로 충당한다고 가정했을 때 604억 제곱미터의 발전소가 필요합니다. 이건 남한 면적의 60%나 되는 규모고 축구장으로 치면 767만개에 해당하는 넓이”라며 태양광의 단점으로 설치된 공간 대비 낮은 효율성을 지적했다.


잘못된 계산에 근거했을 뿐 아니라, 전력 공급의 특성을 무시한 이런 식의 보도와 정보 유통은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오해를 확대 재생산시키고 있다. 하나의 에너지원만으로 모든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은 현실적이지 않으며, 10여 개의 다양한 재생에너지 조합으로 전기 공급이 가능이다. 태양이 비치지 않으면 바람이 불고 바이오연료로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식이다. 설사, 태양광으로만 모든 전력소비량을 충족시킨다고 가정해도, 전체 전력소비량을 충당하기 위해서 필요한 면적은 국토의 6.7%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방송의 보도와 무려 10배나 차이를 보인다.


중앙집중식 화력, 핵발전 공급 방식과 달리 재생가능에너지는 분산형으로 보급되는 특징을 보인다. 최근 전국에서 활발히 태동하는 햇빛발전 협동조합은 다수의 개인이 태양광을 공동 소유하고 확대한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전환을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만들어내고 있다.


왜 햇빛발전 ‘협동조합’인가


햇빛발전 협동조합은 태양광 발전을 공동 소유한다는 점에서 개인이나 일반 기업의 태양광과 다르다. 조합원들은 출자금을 내서 햇빛발전소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한다. 모든 조합원들은 태양광 시설의 소유자이며 출자금의 규모와 상관없이 협동조합의 의사 결정에서 동등한 권리를 행사한다.


햇빛발전 협동조합의 참여자들은 개인 소유의 주택이 없어도 태양광 발전을 가질 수 있다. 햇빛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전력사에 판매해 지역에 태양광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 판매 방식도 자가발전용으로 쓰이는 주택 태양광과의 차이점이다.


재생가능에너지 협동조합은 공동체가 원하는 에너지원을 선택하고 지역에 공급하게 한다. 이미지=서울환경운동연합


발전사를 비롯한 기업에 의해 주도된 태양광 시설과도 다르다. 태양광을 설치한 기업은 전력판매로부터 얻는 수익을 자신의 영리적 목적에 활용하고 태양광이 설치된 지역에서의 공익적 활동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반면 햇빛발전 협동조합은 전력 판매로부터 발생하는 잉여를 지역으로 환원하고, 에너지 전환에 관한 조합원 교육과 사업을 통해 공동체를 강화시키는 데 역점을 둔다.


햇빛발전 협동조합은 시민들을 에너지 소비자가 아닌 에너지 생산자로서 참여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중앙집중형 에너지 공급 구조와 달리 에너지 소비는 분산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에너지 소비자들은 고지서에 제시된 에너지 비용을 지불할 뿐 에너지 공급 구조에 대해선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 에너지 기업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얻는 수입을 재생가능에너지가 아닌 화력과 핵발전 중심의 공급 체계를 확대 유지하는 데 대부분 재투자하는 악순환적 구조에 대해서 말이다.


반면 재생가능에너지 협동조합은 공동체가 원하는 에너지원을 선택하고 지역에 공급하게 한다. 화력이나 핵발전소가 들어서는 인근 지역에서 강한 ‘님비(NIMBY)’를 나타내는 것과 달리,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은 지역적 합의에 따라 에너지원의 종류와 규모 등을 정하고 주민들을 사업에 직접 참여하게 한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원의 종류를 교체하는 기술적 차원의 변화가 아니다. 에너지 전환을 통해 사회에 이익을 분배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햇빛발전 협동조합은 에너지 분야를 민주화하는 데 기여한다.


유럽과 미국에서 에너지 협동조합은 꾸준히 늘어나며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상당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국가다. 세계 재생에너지 설치용량 비중을 따져보면, 독일은 최대 태양광 규모(35.6%)를 자랑하고 풍력은 3위를 차지한다. 2011년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19.9%로 핵발전 비중(17.7%)을 넘어섰다. 풍력과 바이오매스가 전력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6%와 5.2%를 기록했다.


독일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의 눈부신 확대는 에너지협동조합의 성장과 맞닿아있다. 위에서부터 독일 재생가능에너지 비중(19.9%), 연도별 에너지협동조합 수,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의 소유권(개인이 51%, 파란색 부분). 자료=German Energy Transition(2012)


무엇보다 재생에너지의 이런 눈부신 발전이 정부나 기업에 의해서 주도됐다기보다는 수많은 개인들의 참여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이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에서 ‘공동체 소유(community-owned)’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된 비용은 총 9억 유로에 달하며 이 돈은 8만 명의 개인들로부터 나왔다. 현재 독일 재생가능에너지의 51%는 기업이 아닌 시민들이 소유하고 있다. 이 중 11%는 농부들이다.


에너지 협동조합의 수는 크게 늘어 2011년에만 194개가 새로 만들어져 총 586개를 기록했다. 에너지원도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로 다양하다. 태양광 협동조합의 경우 90%가 이미 태양광 전지판 설치를 완료했다.


한국에서도 2011년 이후 집약적인 화력과 위험한 핵발전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추구하는 시민들이 햇빛발전 협동조합 실험에 새삼 뛰어들기 시작했다.


햇빛발전 협동조합을 추진하거나 햇빛발전소를 이미 가동하기 시작한 지역이 현재 10여 곳에 이르며 이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이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정한 2012년 말 국내에서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주로 주식회사로 설립됐던 기존과 달리 햇빛발전소 보급을 위한 협동조합의 창립으로 이어졌다. 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요건이 낮아졌을 뿐 아니라, 풀뿌리 참여에 의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목적과 지역경제와 생태계에의 공헌을 내건 협동조합의 가치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은 특히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며, 일반적으로 시민사회와 지자체가 긴밀하게 협력해 일을 추진 중이다. 조합원들에게 배당금을 돌려줄 수 있는 ‘일반 협동조합’과 달리 수원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잉여를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만들어졌다.


전국적 햇빛발전협동조합의 태동. 가까운 장래에 전국적으로 햇빛발전소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총 2만4천600킬로와트(kW)가 설치돼 시민들의 힘으로 매년 1만3천여 가구에 태양광 에너지를 공급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지=서울환경운동연합


2011년 이후 이미 가동을 시작한 시민햇빛발전소도 있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 시범사업으로 시흥에서 67명이 참여한 시흥시민햇빛발전소(30kW)는 2011년 12월부터 전력망에 연결됐다. 2012년 7월 완공된 대구시민햇빛발전소 2호기(5kW)에는 지역 대학생들 14명이 공동 출자했다.


지역별 흐름과 별도로,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은 과거 두 기의 시민햇빛발전소를 만든 경험과 핵에너지 반대 운동의 맥락에서 한살림연합 조합원들이 참여해 만들어졌다. 현재 1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출자해 1차 모금 목표가 달성됐고, 300kW 규모의 햇빛발전소 착공을 앞두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전국적으로 햇빛발전소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총 2만4천600킬로와트(kW)가 설치돼 시민들의 힘으로 매년 1만3천여 가구에 태양광 에너지를 공급할 것으로 기대된다.


왜 ‘햇빛발전’인가


국내 재생가능에너지 협동조합 대부분이 ‘햇빛발전’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도 햇빛에너지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가장 풍부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분산형 에너지 공급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지역에서 활용 가능한 자원을 개발해야 한다.


석유와 천연가스 그리고 우라늄 연료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집중화된 에너지 공급 방식의 탈피는 지역의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눈을 돌리게 한다. 따라서 태양광이 아니더라도 농촌 지역에서 바이오매스를, 제주도와 동해안 지역에서 바람 자원을 주민이 주도해 개발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시를 예로 들면,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20%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10%로 늘리겠다는 목표가 있다. 태양광의 경우, 2014년까지 320MW 확대할 계획이다. 태양광의 높은 잠재량은 도시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최근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67만동 건물의 지붕면적은 102.6 ㎢로, 서울시 면적의 6분의 1에 이르는 면적이 태양광 발전시설로 활용 가능하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은 서울지역 태양광 ‘가용잠재량’을 68만 GWh로 추정한다. 이는 서울지역 전력소비량 4만7천 GWh(2011년 기준, 에너지통계연보)의 14배에 달한다.


하지만 재생가능에너지의 현실은 매우 취약하다. 전력 공급에서 재생가능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그나마 수력이나 폐기물이 대부분이고, 태양광(0.14%)과 풍력(0.17%)의 비중은 저조하다(2010년 기준).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격도 태양광 보급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가장 비싼 발전원으로 꼽혔던 태양광은 지속적인 가격 하락으로 이제 집광형태양광발전(Concentrated Solar Power, 대규모 태양열에 의한 발전원)이나 해상 풍력보다 낮은 가격을 나타내고 있고, 2020년대에는 석탄과 비슷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예측된다. 독일 태양에너지산업협회(BSW-Solar)에 따르면, 100kW 이하 소규모 지붕 태양광의 최종 소비자 설치가격은 kW당 2006년 5,000유로에서 2012년 1,776유로로 약 65% 낮아졌다.


태양광은 전력 소비가 집중되는 낮 시간대에 에너지를 생산해 전력피크를 완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로 독일에 설치된 총 30GW의 태양광은 일부 맑은 평일에 전력 피크의 50%를 담당했다고 보고됐다. 자료=German Energy Transition, 2012


게다가 태양광은 전력 피크를 완화한다는 점은 가장 중요하게 언급돼야 한다. 전력 소비는 경제활동이 집중되는 낮 시간대에 주로 발생한다. 전력 부하가 보통 점심을 지난 오후에서 가장 높은 뾰족한 형태로 나타나는 이유다.


최대 전력소비에 따라 발전시설이 갖춰지기 때문에, 현재의 대용량 발전설비와 추가 건설은 전력 피크에 의해 정당화된다. 다시 말하면, 특정 시간대에 전력 피크를 적절하게 낮출 수 있다면 화력이나 핵발전소의 추가 건설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동시에, 낮에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을 확대하면 전력 피크를 상당히 완화하고 더 나아가 ‘기저 부하’를 대체할 수 있다. 따라서 태양광이 정전 위기나 발전소 증설을 비롯해 ‘전력 위기’를 둘러싼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상쇄시켜줄 수 있다는 장점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 실제로 독일에 설치된 총 30GW의 태양광은 일부 맑은 평일에 전력 피크의 50%를 담당했다고 보고됐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사례:

학교 재생에너지 교육과 협동조합 간의 협동


서울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마을 공동체 그리고 학교가 참여한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은 시민 참여형 태양광 확대, 재생가능에너지 교육 그리고 햇빛발전협동조합 모델 확산과 협동 강화를 내세워 2012년 12월 창립했다. 현재 학교 최초의 시민 출자 햇빛발전소를 추진 중이며, 180여 명의 조합원이 약 5천여 만원을 출자했다.


햇빛발전소가 세워질 삼각산고등학교와 지역 공동체 ‘삼각산재미난마을’ 그리고 서울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 후쿠시마 핵 재앙 2주년을 앞둔 2013년 3월 개학에 맞춰 20kW 규모의 우리동네햇빛발전소 1호기 완공을 앞두고 있고, 매년 100kW를 추가해 2017년에 총 500kW를 설치할 계획이다. 연간 약 24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의 조합원 모집 광고엔 삼각산고 학생들이 직접 참여했다. 이미지=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재생가능에너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이제 태양광이나 풍력은 ‘지속가능한 발전’이나 ‘녹색성장’ 따위의 전형화된 레토릭(rhetoric)처럼 보인다. 반면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은 매우 더디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서 회의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심지어 화력이나 핵에너지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도 가격이나 효율성을 이유로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 지지하기를 주저한다.


따라서 햇빛발전협동조합은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가능에너지에 관한 인식을 전환시키는 중요한 학교가 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과거 시민발전소 운동이 기대했던 만큼 재생가능에너지의 확산으로 이어지지 못 했던 주요한 원인은 설비 설치 중심의 한계와 소극적인 교육과 홍보 활동에 있다.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시행된 이후 2005년부터 6년 동안 만들어진 시민햇빛발전소는 10여 개 남짓에 불과하다. 출자자가 아니면 각각의 시민햇빛발전소 운영 현황이나 전력판매 수익을 활용한 사업 내역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설치된 태양광의 관리운영과 수익 배분을 넘어선 시민햇빛발전소 모델 확산과 태양광 재생가능에너지 교육을 위한 노력은 미미했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의 시민햇빛발전 운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주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 했다.


그나마 사람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공공시설 태양광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가 관공서나 학교에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의 설치를 늘려왔지만, 말 그대로 설치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을 준비하며 서울환경운동연합이 태양광이 설치된 서울지역 100여 초중고 학교 중 31개 학교의 태양광 발전시설의 관리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태양광 발전시설을 수업 등 교육에 활용하는 학교는 22%로 소수에 불과했다. 31개교 중 7개교만 과학 수업 등에서 “태양광을 활용해 교육을 실시해왔다”고 말했다. 발전량 모니터가 되고 있는 학교는 23개교(74%)로 드러났지만, 실제 발전량을 살펴보면, 발전효율이 평균 2.2시간 정도로 낮은 수준이었다.


이들 태양광 시설이 노후한 것이 아닌 2007년 이후 최근에 설치됐다는 점을 염두에 보면, 결국 관리나 모니터가 느슨하게 이루어졌다고 추정된다. ‘서울지역 학교 태양광 확대를 위한 시민발전소의 역할과 가능성’ 세미나, 서울환경운동연합, 2012년 10월 16일


이는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이 시민 참여형 학교 햇빛발전소 모델을 구상한 이유다. 


협동조합 총회에서 다른 9명과 함께 이사로 선출된 삼각산고등학교 2학년 손정은 양(18)은 “우리 학교 옥상에 햇빛발전소가 세워진다니 꼭 참여하고 싶었다”면서 “자신이 만든 햇빛발전소가 생긴다면 학생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의 조합원 중 상당수가 학생, 학부모와 교사 등 학교 구성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다른 햇빛발전협동조합과 구별되는 중요한 차이다.


삼각산고 학생인 손정은 조합원.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의 조합원 중 상당수가 학생, 학부모와 교사 등 학교 구성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다른 햇빛발전협동조합과 구별되는 중요한 차이다. 사진=이지언


마을 공동체로서는 햇빛발전협동조합이 학교와 연결되고 새로운 사업모델에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다. 주민들과 다양한 교육과 지역 사업을 벌이는 마을 공동체에게 여전히 학교는 소통하기 어려운 ‘닫힌 공간’이다. 햇빛발전협동조합은 마을과 학교를 이어주며 “마을이 학교다”는 슬로건을 실천으로 옮기게 만들 수 있다.


새로운 햇빛발전협동조합을 통해 연결된 삼각산재미난학교와 삼각산고등학교는 목공 교실과 같은 수업의 연계나 마을 공동체에서의 학생 자원활동 프로그램 개발을 함께 기획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마을 공동체는 햇빛발전에 의한 전력판매로 장기간 동안 안정적인 수입원을 마련해 지역사업 기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주민들이 스스로 태양광 전기를 마을에 공급하는 동시에 이익을 공동체로 환원하는 것이다.


이는 에너지 문제에 주민들이 더 구체적으로 관여하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다. 이선미 조합원(36)은 한 인터뷰에서 “(햇빛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1퍼센트 혹은 0.1퍼센트라도 나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에너지 절약도 하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은 태양광 협동조합 간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모델을 만들어 새로운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둔다.


최근 각 지역별로 만들어지거나 창립을 준비하는 햇빛발전협동조합이 늘고 있지만, 태양광에 관한 기술적 정보의 부족이나 전력판매 계약에 대한 행정적 절차의 복잡함을 호소하며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나 협동조합기본법은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 경험이나 사례가 매우 부족하고, 정부나 지자체 지원도 충분히 준비돼있지 않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의 경험을 바탕으로 ‘햇빛발전정보센터’ 운영과 매뉴얼 제작, 협동조합 간의 교류와 협동에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시장 방식의 불확실성 보완 장치 필요


재생에너지 지원과 관련된 제도와 지자체 정책의 개선도 시급하다.


2012년부터 기존의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중단되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제도가 시행되면서, 햇빛발전협동조합을 비롯한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불리한 조건을 맞게 됐다. 무엇보다 변경된 제도에서는 전력판매 가격과 계약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15년 동안 고정가격에 전력을 판매할 수 있었던 기존 제도와 달리,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제도에서는 일부 전력판매 금액이 시장가격(계통한계가격)으로 구성됐다. 발전사업자는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입찰 경쟁에 참여해 나머지 가격(공급인증서)에 대해 전력사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에 따른 전력판매 수입 구성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제도에서 30kW 이하 태양광에 대해서 공급인증서 가중치를 1.2배 부여하는 기준(기존 건축물을 이용하지 않는 설치유형)을 두었지만, 소규모 발전사업자가 태양광 사업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수익 구조의 불확실성을 전혀 상쇄시키지 못 한다.


200kW 이하의 햇빛발전협동조합으로서는 한 명의 상근자도 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햇빛발전협동조합은 더 높은 독립성과 자율성에서 요구 받는 동시에, 완결적인 재정 구조를 갖추기 전까지 ‘규모의 경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심해야만 한다.


더 나아가 발전차액지원 제도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제도를 병행하자는 논의도 제기됐다. 일정 정도 규모 이하의 소형 태양광 발전사업자에 대해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사례가 없지 않다.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만으로 정책 목표 달성의 한계를 고려해 두 제도의 조합을 검토했다. 로스앤젤레스시에서는 ‘클린 LA 태양광 프로그램’을 통해 50kW 이하 소규모 옥상에 대해서 kWh당 0.34달러로 수도전력부가 매입하고 있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대규모 나대지 태양광에 대해 0.44달러, 10kW 이하 소규모 태양광에 대해 0.76달러로 고정가격매입제도를 시행한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제도만 운영해오던 일본도 2011년 신재생에너지원에서 생산된 전력을 전력회사가 최대 20년까지 고정가격으로 매입하여 전기요금에 반영하고 있다. 이렇게 소비자가 발전차액을 일부 분담해 재원 마련의 부담을 다소 완화하는 정책 설계는 전력가격의 4%를 전기 사용자가 부담하게 하는 독일에서도 도입됐다.


서울시청사에 설치된 반투명 태양광이 실내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사진=이지언


지자체가 공익적 발전사업자를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공공건물 부지의 임대와 임대료 감면,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비에 대한 저리 융자, 지역 건물 옥상의 태양광 설치 잠재량 정보 제공 등이 그것이다.


서울시는 공공시설 부지의 재생가능에너지 임대료를 kW당 2만5천으로 잠정 적용하고, 150kW 이하의 태양광에 설치비의 50%까지 저리로 융자해주기 시작했다. 여기엔 8년 분할상환(3년 거치 5년 분할상환)으로 연 2.5%의 금리가 적용된다.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 가능한 부지와 잠재량 그리고 예상 발전량과 환경 효과(예를 들어 이산화탄소 감축효과) 따위를 쉽게 파악 가능한 온라인 ‘햇빛지도’도 2013년 상반기에 개통하겠다는 계획이다.


햇빛발전협동조합의 성공으로 재생가능에너지 신뢰도 쌓기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염두에 두면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만든 소규모 태양광이 어떤 효력을 발휘할지는 햇빛발전협동조합이 자문해볼 물음이다. 16개 광역지자체 중에서 전력소비량이 단연 최대인 서울에서는 지난 20년 동안(1990-2009) 2.8배 늘었다. 핵발전소를 6년마다 1기씩 늘린 정도의 규모다. 반면 소비되는 전력의 1.8%만 서울에서 생산돼 매우 낮은 전력자립도를 나타냈다.


당연하게도, 매년 가파르게 늘어나는 도시의 전력소비량을 감당하기엔 태양광 보급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건물의 단열 효율을 높이거나 절전을 통한 수요 관리가 에너지 정책의 우선순위를 차지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필요한 전력 수요에 대해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태양광은 전력소비가 집중되는 낮 시간대에 전력을 생산해줘 기저 부하를 대체할 수 있는 고마운 에너지원이다. 시민들이 어떤 형태의 공동체로든 하나의 태양광 시민발전소를 씨앗 삼아 이를 늘려간다면 상당한 에너지 자립은 불가능하지 않다.


햇빛발전협동조합은 기존 시민발전 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많은 이들에게 재생가능에너지의 가능성과 현실성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사업체이자 교육장이 돼야 한다. 새롭게 태동하는 여러 지역의 햇빛발전협동조합의 구체적 실행은 태양광과 관련된 제도와 정책의 변화를 자극하고 개선을 이끌어내고 있다.


자가 주택이 없거나 큰 비용을 마련하지 않아도 햇빛발전협동조합의 조합원은 공동으로 태양광을 소유하고 관리할 수 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더 이상 당연한 구호나 막연한 개념이 아니라 다수의 개인의 삶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햇빛발전협동조합이 잉여를 조합원과 사회에 환원하고 태양광 보급에 실제로 기여할 때 재생가능에너지 대안에 대한 신뢰와 지지는 두터워질 것이다.


이 글은 서울환경운동연합 이지언 기후에너지팀장이 2013년 시민환경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햇빛발전협동조합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제목의 원고를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링크 |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http://www.ecoseoul.or.kr/SUNsation


도움받은 글

- <에너지 명령>, 헤르만 셰어, 고즈윈, 2012

- 서울형 햇빛발전지원제도 도입방안, 서울연구원 정책리포트 제132호, 김운수, 2013년 1월7일 

- 제주환경연합, 풍력발전종합관리계획 수립에 따른 의견제출, 제주환경운동연합, 2012년 12월14일

- 한국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도(RPS) 도입 개선방안, 윤순진ㆍ이수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자연에너지정책 세미나 및 좌담회 발표자료, 2012년 2월8일

- 의무할당제를 기반으로 하는 신재생에너지설비 유치방안, 서울시정개발연구원, 2011

- German Energy Transition: Arguments for a renewable energy future, Craig Morris, Martin Pehnt(Heinrich Böll Foundation), 28 November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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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언늬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 활동가 블로그입니다 leeje@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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