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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햇빛농사, 직접 해보니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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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가능에너지가 아직 막연하다구요?

작은 태양광이라도 먼저 도전해보세요"


이론에서 실천으로 뛰어든 환경단체 활동가들


이지언 서울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 활동가

환경단체에서 에너지 담당 활동가로 일한지 5년이 지났지만, 태양광을 실제로 만져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교육 전시용으로 활용하려고 구한 85와트(W)짜리 태양광 전지판 한 장이 생각보다 무거웠습니다.


창문보다 조금 작은 크기로, 앞면이 투명하게 코팅된 검은색 패널이었죠. 에너지 통계 자료에서 흔히 킬로와트(kW)나 메가와트(MW) 따위의 큰 전력 단위를 보는데 사실 잘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작은 태양광 전지판 덕분에 이제 이런 단위가 단순한 숫자가 아닌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는 실체로 느껴지게 됐습니다.


이론과 현실은 참 다릅니다. 햇빛과 바람을 이용하는 재생가능에너지가 좋다는 데에는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에너지원에 관해 최근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를 봐도, 태양광이나 풍력을 비롯한 재생가능에너지원에 대한 지지도가 화력이나 원자력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일관되게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2년 전에 일어났던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긴급한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이런 결과는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런데 재생가능에너지를 둘러싼 회의적 시각이 꽤 널리 퍼져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습니다. 태양광은 너무 비싸다는 둥, 효율이 낮다는 둥, 너무 소규모라 현재의 대량 전력소비량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둥 따위의 말을 종종 듣게 됩니다. 온전히 부정하기 어려운 나름 일리가 있는 이런 질문에 에너지 전환을 꿈꾸는 사람들이 함께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우리의 재생가능에너지 현실은 매우 더디고 취약하니까요.


전국적으로 태동하는 햇빛발전협동조합은 일단 태양광으로 전력을 공급하자는 필요에서 시작했습니다만, 그로 인한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조합원은 출자금을 납부해서 비록 자신의 집은 아니지만 공동의 태양광을 소유하게 됩니다. 이는 나와 햇빛발전소 사이에 관계를 이어주고 자신을 일종의 태양광 발전사업의 이해당사자로 만들어줍니다.


지역의 전력망으로 햇빛에너지를 더 많이 보내기 위해서, 그래서 더 많은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 조합원들은 자신의 햇빛발전소가 잘 가동되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싶을 것입니다. 이렇게 출자금은 새로운 잉여로 이어져 조합원들에게 환원되거나 추가적으로 햇빛발전소를 늘리는 데 기여하게 됩니다.


이렇듯 햇빛발전협동조합은 바로 재생가능에너지는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게 하고 실제로 현실에서 구현하려는 도전적 실험입니다. 협동조합을 누구나 다섯 명 이상 모이면 구성할 수 있듯 태양광도 필요에 따라 소규모로 늘려갈 수 있습니다.


분산형 에너지 공급과 지역에 기반한 협동경제 방식은 이렇게 잘 어울립니다. 태양광 가격은 하락하고 전기요금이 장기적으로 오르는 추세를 염두에 둔다면, 건강한 사업 모델로서 더 많은 참여와 주목을 끌어들일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216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한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은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에 20킬로와트(kW) 규모의 햇빛발전소 1호기 완공을 코앞에 앞두고 있습니다. 5월은 햇빛농사로는 가장 수확이 좋은 시기이기도 하죠. 이는 학교에 만들어지는 최초의 시민햇빛발전소로서, 전력을 공급할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교육 현장으로 활용된다는 의미가 큽니다.


실제로 삼각산고 학생과 교사가 30명, 강북구민이 35명 등 학교 구성원과 주민이 조합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죠. 목표로 했던 1차 출자금(5,200만원)도 이미 달성돼 현재 5,340만원이 모금됐습니다. 그리고 체르노빌 원전 사고 27주기였던 4월26일을 전후해 첫 조합원 모임도 가졌습니다.


햇빛발전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마을과 학교 그리고 시민 환경단체가 만났습니다. 마을공동체 삼각산재미난마을은 폐쇄적 공간으로만 느껴졌던 학교와 태양광을 주제로 공동 사업을 하게 됐다며 반가워합니다. 삼각산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학교 주변에서 참여할 자원활동을 고민하던 차에 마을공동체의 운영 프로그램을 소개받고 즐거워합니다. 정말 ‘마을이 곧 학교’라는 말이 꼭 와닿는 자리였습니다.


조합원에 참여한 학생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학교 옥상에 햇빛발전소가 생긴다니 몹시 흥미를 갖습니다. 후배들에게도 흔하지 않는 좋은 선물을 안겨주는 셈이겠죠. 자신의 햇빛발전소에서 전기가 얼마나 생산되는지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어서 학생과 교사들은 체감할 수 있는 에너지 수업을 하게 되구요. 책에서가 아닌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변화, 아이들과 새로운 꿈을 꾸고 선택하게 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지언 활동가(서울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의 이 글은 <달팽이통신> 5·6월호의 '여는글'로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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