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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교통과 자전거

자전거도로 정책, 시민들의 지혜에서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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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자동차를 비롯한 수송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퍼센트 이상이다. 도심 교통혼잡이 요구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24조 6천 억 원, 2006년)과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피해를 염두에 둔다면,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비롯한 녹색교통수단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우리의 과제다.

자전거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5 킬로미터 이내와 같은 단거리를 이동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교통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전거정책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교통정책의 그늘 속에서 일관성 없이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 자전거도로는 자전거 정책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생활권 자전거도로의 부족과 단절성, 자전거도로 설계 원칙의 부재, 안전을 위한 자전거도로 표지판 개발, 생태계와의 조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행복한 자전거길 만들기] 프로젝트는 올해 시민과 전문가를 비롯한 여러 목소리로 안전하고 생태적인 자전거도로의 대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편집자]


자전거도로 정책, 시민들의 지혜에서 배우자
'전국 자전거길 잇기', 과연 녹색인가

지난 1월 6일, 정부는 2018년까지 전국에 총 3,114 킬로미터의 자전거도로를 잇는다는 '전국 자전거도로 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포함한 녹색뉴딜 사업을 발표했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기조 아래 '지자체 간 단절된 자전거도로의 연속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이번 계획은 해안 일주와 '4대강 정비사업'과 연계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저탄소' 목적을 위해서, 과연 전국 자전거길을 잇는 것이 이토록 시급한 과제인가? 여기에 올해부터 매년 1,245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물론 민간자본이 아닌 모두 국고로부터 나온다.

도심의 끊어져 있는 자전기길부터 잇자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대부분 도시를 중심으로 한 교통혼잡으로부터 나온다. 서울의 경우, 수송부문이 차지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번 '자전거도로 네트워크 구축' 계획은 해안과 강을 따라가는 전국일주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2006년 한 조사에 따르면, 자전거 보유자 699명 중 최근 1년 이내 자전거를 이용한 사람은 57.3퍼센트에 수준에 불과했다(KEI). 그나마 주요 이용목적도 통근(6퍼센트)이나 통학(4.3퍼센트)이 아닌 레저(48.1퍼센트)를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재 자전거도로는 차량 통행량이 집중되는 도심이 아닌, 대부분 하천을 중심으로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낯선 결과가 아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자전거 정책의 우선순위가 여전히 레저 중심에 맞춰져 있는 것이 옳을까?

서울환경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2007년 동안 새로 만들어진 서울시의 6개 자전거길의 평균 길이는 0.93 킬로미터였다. 그나마 가장 긴 구간은 마포구 망원동길로 2.3 킬로미터였다. 수요가 많지 않은 전국의 지역 사이에 자전거길을 잇는 대규모 건설도 좋지만, 각 도시 내 끊어져 있는 자전거길을 잇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전제가 없다면, 정부가 기대하는 '지역주민의 친환경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목적은 달성될 수 없을 것이다.

물량 위주의 대규모 개발이 녹색이라고?
이번 계획은 '녹색'의 자전거를 표방하고 있지만, 물량 위주의 접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자동차 도로정책과 쏙 빼닮아 있다. 3,114 킬로미터라는 자전거도로의 급속한 성장이 곧 자전거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가 그것이다. 또 하천 주변의 자전거도로가 생태계과 생물의 단절을 일으킬 위험은 없는지, 대규모 토목공사와 차량운행 과정에서 오히려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에 정부가 먼저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자전거 = 친환경'이라는 단순한 인식을 넘어, 어디에 그리고 어떻게 자전거길을 놓을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원칙부터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전국 자전거여행을 다녀본 사람들은 정작 이번 계획이 굳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동호회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운영진을 맡고 있는 '아기곰푸'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새로운 도로를 구축하는 대신,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는 국도나 옛길을 활용해 자전거도로 네트워크를 구축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비슷한 제안이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자전거도로, 무조건 짓자는 방식을 버리자
기존의 자전거도로 정책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으며, 여전히 수많은 난관을 넘어야 하는 상황에 서있다. 잘못 설계돼 사실상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외면받거나, 관리가 되지 않아 방치된 자전거도로로 이미 많은 예산이 낭비됐다. 시민들의 경험에 기초하지 않은, 일방적인 공급 위주의 정책이 낳은 초라한 결과다. 과거의 실수는 바로잡아질 것인가? 지난해 말, 207 킬로미터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추가로 만들겠다고 호언했던 서울시가 얼마 전 경찰청의 반대로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이 새삼 안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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