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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교통과 자전거

자전거 메신저가 배달하는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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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어떻게 하시죠?
그냥 자전거 타고 가시면 저희가 차타고…
차량으로 오시나요?
“예…

“못 쫓아 오실 것 같은데?

하니TV에서 재밌는 실험취재를 했다. 이른바 자전거 ‘퀵서비스’가 과연 얼마나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는지 알아보자는 것. 나 역시 자전거 메신저의 존재를 얼마전 소문으로 들은지라 호기심이 발동했다.

기자로부터 물건을 받은 자전거 메신저가 이동한 구간은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을지로2가까지 약 4킬로미터. 취재단은 자전거 메신저의 뒷모습을 차량을 타고 촬영하려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 메신저는 대꾸한다. “(차량으로는) 못 쫓아 오실 것 같은데?



과연 자동차는 자전거보다 빠를까? ‘당연하다’고 답했다면, 당신은 고속도로나 한적한 농촌의 도로에서 자동차가 시원하게 질주하는 장면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마치 아무런 방해 없이 해변도로를 달리는 광고 속 자동차의 이미지 말이다.

하지만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경우 사정은 반대에 가깝다. 국토해양부 <7대도시 교통현황>에 따르면, 서울시 도심평균 차량 운행속도는 14.4km/h로, 7개 도시 중 가장 낮다(2006년 기준, 광주 19.3, 울산 25.3, 평균 22.4). 고유가와 대중교통 정책에도 불구하고, 도심 운행속도는 오히려 하향곡선을 그리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자전거의 경우는 어떨까? 속도계를 부착한 자전거 이용자들은 자신의 주행 평균속도를 알 수 있다. 미니벨로를 타는 한 자전거 메신저는 ‘자전거 메신저 네트워크’ 블로그에서 자신의 평균속도는 17-20km/h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실제 주행속도는 25km/h에 가깝다는 것.

하니TV 취재팀은 자전거 메신저를 뒤쫓아가면서 촬영하다가 점점 멀어지며, 결국 놓치며 당황한다. 그리고 메신저가 “못 쫓아 오실 것 같은데?”라는 말이 “허풍이 아니었”음을 인정한다. 뒤늦게 도착한 기자가 먼저 도착해 일을 처리한 메신저에게 말한다.

“되게 빨리 오셨어요
“보통이죠 뭐…

4킬로미터를 12분에 주파한 메신저의 평균속도는 20km/h였다. 자전거 메신저의 명함 뒤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자전거는 충분히 빠릅니다.’ 메신저 김순택 씨는 “배송시간 자체는 오토바이랑 비슷하거나 더 빠를거에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전거 메신저들은 단지 물건을 빠르게 배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자전거 메신저의 온라인 소식지에서는 그들이 실천하는 ‘서비스’의 의미를 스스로의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진정한 ‘서비스’는 돈으로 헤어려지지 않을 것입니다. (중략) 자동차로 대표되는 경쟁과 위험, 낭비와 고립으로 인해 신음하고 있는 생명들이 있습니다. 화석연료에서 비롯된 온갖 공해와 기후변화로 인해 위기에 처한 하나뿐인 지구의 생명, 그리고 이 생명들을 사랑하고 함께 아파하는 당신의 살아 숨쉬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 가치의 크기를 돈으로는 어림할 수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달하며, 그들은 자동차 중심의 교통환경에서 굳어진 편향된 인식에 날 선 비판을 숨기지 않는다. ‘자전거로 찻길을 다니는 게 위험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순택 씨는 말을 바로 고쳐 대답한다. “자동차가 위험한 거죠, 정확히 말하면. 도로에 다니는 게 위험하다, 길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게 위험하다, 이런 것들은 (정확히 표현하면) 다 자동차가 위험한 거죠.



며칠전 환경센터에 서울CO2위원회 회의 참석차 자전거를 타고 오던 지인이 자동차 사고를 당한 일이 있었다. 자동차가 뒤에서 자전거에 충돌했는데,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충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내가 출근하면서 매일 동네길에서 마주치는 장충초등학교 학생들은 도로도 부족해 보행로까지 차지한 주차차량 때문에 오히려 도로로 내몰려, 아슬아슬하게 자동차를 피해 등교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일상, 도시를 사는 신음하는 생명들의 현주소다.

따라서 자전거 메신저들의 도전은 단지 ‘퀵서비스’라는 단어로 요약되기엔 부족하다. 그들은 되려 자동차로 대표되는 ‘빠름’에서 벗어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왜 자전거를 택했냐구요? 자전거를 타는 것이 가장 즐겁기 때문이죠.” 느림의 행복에 동참하는 방법은 의외로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김순택 씨가 마지막으로 말한다.

 “더 많은 분들이 자전거로 일을 하시고, 자동차를 자전거가 대체하고… 그런 날이 되려면 많이 이용해주시면 (좋겠구요), 직접 타고 다니시면 더 좋구요.

하니TV, <자전거 ‘퀵서비스’를 아시나요?>(2009년6월25일) [보기]
자전거 메신저 이용하기 070-8226-1968
자전거 메신저 네트워크 블로그 가기 [보기]

글 = 이지언 에너지팀 활동가

*혹시 저도 자전거 메신저를 이용하게 된다면, 블로그에 후기를 남기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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