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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교통과 자전거

'벨리브' 공공자전거를 위한 아이디어: 녹색일자리부터 여성친화형 자전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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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샤워장으로 녹색일자리 창출, 자전거를 버스에 직접 싣는다면?

자전거가 지하철이나 버스 교통체계와 연계되기 위해서 주요 환승시설에 자전거주차장 등의 설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자전거주차장뿐 아니라 공공샤워장시설(public showers)의 경우도 새로운 사회적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지하철역의 경우 계단에 경사면을 만든다면 굳이 슬로프와 같은 설비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 보스턴 시의 ‘자전거도시’ 사례의 경우,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자전거 친화적인 구간(bike-friendly route)을 이용자가 온라인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지하철노선의 경우 포털사이트가 운영 중인 지도가 자주 활용되는데, 자전거 이용자에게도 ‘안전하고 편리한 길’을 스스로 찾아볼 수 있는 지도 서비스가 요구된다.

하지만 서울시의 계획은 자전거보관시설과 같은 시설 위주의 내용만을 담고 있다. 자전거를 지하철이나 버스에 탑재하는 방식은 이미 해외 사례에서 자전거 활성화의 핵심정책 중 하나로 시행되고 있는데, 서울 역시 적용가능한지 그렇지 않다면 요인은 무엇인지에 관한 검토가 빠져있다(2007년 유럽연합은 자전거를 기차에 싣도록 요구하는 법규 승인).



현재 서울시 버스 정책의 경우, 매연저감장치나 CNG 하이브리드 버스와 같은 기술적용에 예산의 많은 부분을 할당하고 있다. 버스에 자전거를 싣는 장치는 앞의 기술만큼 복잡하지도 비용이 많이 들지도 않는다. 내부에 자전거 전용공간을 마련하는 유럽형 방식이 부담스럽다면, 미국과 같이 버스의 앞뒤에 장착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공공임대 자전거시스템, 우선순위를 정하자

서울시의 경우, 다른 해외 도시와 다르게 대도시의 특성상 시 차원이 아닌 자치구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공공임대 자전거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자전거도로 계획도 구를 경계로 진행돼 자전거도로의 연계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 서울시의 계획대로 상호호환이 되는 공통기준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공공임대 자전거 시스템 정책은 어떤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가? 사유화된 자가용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공공의 대중교통과 자전거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목적이다. 그리고 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많이 이용할 만한(또는 이미 많은) 구간이어야 한다. 따라서 공공임대 자전거 시스템은 교통혼잡과 자전거 통행량이 많은 지역에 대한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 그리고 국내의 사례가 도입된 기간이 짧기 때문에, 해외도시의 시도를 더 꼼꼼하게 참고할 필요가 있다.

 

파리의 벨리브, 다시 자전거 교통안전을 강조하다

시행 1년을 맞은 파리의 벨리브(Vélib) 사례에서 배울 수 있다. 2008년 7월 현재 20,600대의 자전거, 1,450개의 무인임대정거장이 운영 중이고, 210만 시민 거주하는 파리에서 2,750만 회 이용됐다(하루 12만 회 수준). 전체 이용 중 96퍼센트가 30분 이내 이용에 해당한다.

성공사례로 알려진 파리 사례의 명과 암을 같이 봐야 한다. 지금까지 최소 3,000대의 자전거 도난됐고(전체의 15퍼센트), 벨리브를 이용 도중 시민 3명이 사망했다(버스나 트럭 충돌사고). 하지만 2007년 초 이후 자전거 이용률이 24퍼센트 증가한 데 비해 자전거 사고 발생률은 7퍼센트 증가한 셈이다. 정부와 벨리브 업체는 안전에 대한 홍보를 시작했고, 헬멧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서울시 계획은 주로 자전거도로 디자인에 대해서만 주목했다. 하지만 파리의 경우 벨리브를 계기로 시각효과를 살린 자전거 이용자용 도로표지판을 새로 디자인한 점을 참고해야 한다. 보행로 통행금지, 신호등 준수, 자동차 추월금지, 일방통행 준수 등 교통안전 설문을 바탕으로 자전거 이용자가 위반하기 쉬운 사항 19개에 대해 표지판을 제작했다.

 

런던의 ‘할머니 자전거’, 도난은 줄이고 여성친화성을 높이다

이미 강력한 교통혼잡세(congestion charge) 제도로 유명한 런던 역시 공공임대 자전거 시스템 도입을 시행하고 있다. 일명 ‘할머니 자전거(granny bike)’는 ‘훔쳐 가고 싶지 않은 디자인’으로 설계됐다. 멋지게 생기진 않았는데 이것이 오히려 핵심. “바구니와 물받이가 있고 튼튼한 몸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훔쳐가기에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패션보다 도구로서의 자전거를 부각한 것.”

서울환경연합은 이미 토론회를 통해 양심자전거의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지적했다. 디자인뿐 아니라 일반 자전거와 호환되지 않는 부품을 특수 제작할 필요도 있다. 런던 사례와 같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공공임대 자전거에 대한 우려 중 하나인 도난문제를 보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성과 어린이 등에 맞는 보편적인 자전거 모델로 개발해야 한다.

 

자전거전용도로 구축, 원칙을 분명히 하자

차도상 자전거전용도로를 구축계획에 대한 원칙이 분명한가? 단순한 도로다이어트 이상의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자전거전용도로는 가장자리 차선을 이용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는데, 청계천 자전거도로의 경우 안쪽 차선으로 계획됐다. 서울시 계획의 자전거 친화타운은 자전거 간선축을 통해 한강과 지천으로의 연계를 강화한다는 방향이다. 그나마 자전거 기반을 어느 정도 갖춘 한강과 지천을 중심으로 정책 역량이 반복적으로 투여되는 셈이다. 이런 지역에 자전거통행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좋은 자전거도로 여건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관광과 레저를 염두에 둔 자전거도로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끊어진 고리(missing link)’에 투자한다면, 자전거 수단분담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겠다.

 

마치며 -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말자

환경도시는 선진국에서만 실현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보고타 시에는 28만 명이 이용하는 344km의 자전거 도로가 있다. 지난해 칠레의 산티아고 지방정부는 2012년까지 690km의 자전거도로를 만들 계획을 발표했다(550km는 도시지역, 140km는 농촌지역). 산티아고의 프로비덴시아 구는 칠레에서 처음으로 공공자전거 시스템을 도입한다. 각 도시에서 실험되고 있는 친환경 교통정책은 낮은 비용과 새로운 발상에 힘입어 확산되고 있다. 전환의 시기를 맞은 서울 역시 과감한 도전을 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글 | 이지언(서울환경연합 초록정책국 간사)

*2008년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서울판 벨리브 가능한가' 토론회 발표문입니다.

모든 발표문 보기
http://www.kfem.or.kr/kbbs/bbs/board.php?bo_table=statement&wr_id=4680&sca=&sfl=wr_subject&stx=%BA%A7%B8%AE%BA%EA&sop=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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