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개편 방향으로 그간 제시된 연료비 연동제, 원가주의, 외부비용의 내재화, 거버넌스 개편 등 과제는 왜 하나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가? 이런 방향에 대해서 시민사회는 공감 또는 촉구하는 입장이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비용 및 세금 이슈와 관련해 시민사회가 더 역할을 맡을 수 있고, 그럴 의지도 있다.
관건은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와 의지다. 전기요금을 포함한 ‘에너지가격체계 개편’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 중 하나였다. 에너지기본계획에서도 개편 필요성과 방향이 매번 제시됐다. 그럼에도, 해당 과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던 이유는 정부 의지와 원칙의 부재,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치권의 행태와 언론 보도의 책임이 가장 클 것이다.
※교육용 전기요금 단가를 대폭 낮추는 ‘전기사업법’ 법안 발의(2020.09.01.)
‘전기요금 체계 개편 로드맵’은 주택용 누진제 개편으로 축소됐고,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 없는 에너지 전환’ 프레임에 갇히게 됐다. 정부가 전기요금 개편 책임을 계속 유예한 뒤 오히려 공을 공론화 기구로 넘긴 대목도 마찬가지다.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전력 도매가격을 전기 소매요금에 반영하는 ‘도소매요금 연동제’와 에너지 전환에 따른 환경비용 부담금을 별도로 부과하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국민의 선택에 놓이게 됐다.국가기후환경회의는 지난 9월 19~20일 이틀에 걸쳐 전기요금 합리화 등 8과제를 주제로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예비토론회를 개최하고, 분임당 10명으로 구성된 50개 분임에서 토론과 함께 1차 예비투표를 했다.전기요금 합리화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이 전기요금 인상을 가져올 수 있다며 반대에 투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전폭적인 동의를 바탕으로 전기요금 합리화를 추진하려던 정부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전기요금 합리화 국민 선택에 달렸다’ <전기신문> (2020.10.04.)
연료비 연동제는 10년 전부터 실행을 검토하던 방안이다. 저유가 상황이니 도입에 유리할까. 반대로 유가가 오르면 다시 요금을 할인하자는 정책 판단이 나오지 않을까. 한전이 공언한 원가 공개, 2019년 수립된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제시한 ‘외부비용 평가위원회’ 구성은 이행되었는가.
전기요금 개편 방향 관련 주로 합리적 시장 가격 마련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에너지 기본권의 보장에 대한 강조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과도한 할인과 필수사용보장제 대상의 불합리한 기준은 바로잡아야 하겠지만, 전기요금 개편이 곧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식되는 현 상황에서 에너지 복지와 기본권에 대한 원칙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그린뉴딜이 단순한 에너지원의 전환이 아닌 막대한 공적 재정 투여를 통한 구조, 인프라 개혁과 일자리 창출, 사회 불평등 해소의 방향을 담은 대목이 기존의 녹색성장 정책과의 주요한 차별점일 것이다.
주택 에너지 효율과 단열 성능을 높이기 위한 그린 리모델링 사업은 공공 건물만이 아닌 주택 등 민간 건물로 더욱 확장해 추진하는 방안이 중요하다. 이런 정책이 우선돼야 전기요금 개편의 영향이 에너지 성능이 취약해 더욱 전기를 많이 쓰는 저소득층에게 전가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비용이 당장 계측이 용이한 재생에너지와 탄소 배출권 비용으로 이해되고 이를 고지서에 표기하거나 분리 부과하자고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매우 미흡한 수준인 환경 및 안전 관련 과세의 강화, 화석연료와 원전에 제공되는 다양한 보조금의 투명히 산정과 해체가 보다 더욱 강조되고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을 개편해야 한다. 전기요금 개편이 이뤄지고 요금이 결과적으로 상승한다면, 기금 수입도 증가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기금의 목적이 혼재되어 있고 에너지 전환과 충돌되는 사업에 대한 지원도 계속된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개편과 함께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에너지전환기금’으로 개편해야 한다.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 규제 체계 마련이 필요한데, 그간의 정책 관행과 전력 당국의 고질적 폐쇄성에 비추어보면, 투명성, 민주성, 공정성의 원칙을 확고히 한 독립된 거버넌스의 재구성이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다.
대한전기협회 10월19일 제3차 전력정책포럼 전기요금 개편 관련 토론회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활동가의 토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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