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지구온난화 방지 달성을 위해 IPCC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 제로의 필요성을 제시했고 이를 2050년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이하 전략)의 수립 배경으로 설명하면서도, 정부는 전략의 비전을 ‘2050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습니다’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회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 관련 논의 과정에서 여야가 가장 논란을 벌였고, 올해 유엔 제출 전에 수정될 것인지 주목됐던 2030년 감축 목표의 강화에 대해서도 기존의 입장이 실망스럽게 반복됐다. 회복 불가능한 기후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허용량(탄소예산)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당장 5년 내, 10년 내 확고한 탈탄소 경로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5년 이후에서야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적극 검토’라고 모호한 단서만 달았다.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앞서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했던 목표보다 20% 수준 초과 배출한 상태다. 이런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한편 코로나 위기로 인한 배출 감소 효과와 그린뉴딜 등 신규 정책의 효과를 반영하는 과업을 정부는 계속 뒤로 미룬 채 30~40년 먼 미래의 목표만을 언급한다면, 공허한 선언의 재탕, 기존 기후변화 대응 실패의 반복일 뿐이다.
탄소중립은 분명 ‘도전적 목표’가 맞고, 어느 사회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례 없는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과제다. 정부는 1년 이상 전략 수립을 위한 의견수렴을 거쳤다고 하지만, 시민사회 요구에 대한 최소한의 피드백은 물론 어떠한 반영 없이 기존 정책 틀과 수단을 그대로 나열해 제시하는 데 그쳤다.
당장 5년, 10년 내 탈탄소 전환을 위한 정책 목표가 불분명한 만큼 이행 전략에서도 혁신적 정책 과제가 보이지 않는다. 재생에너지와 친환경차를 강조하지만, 현재 지배적인 석탄발전과 내연기관차의 퇴출 전략과 목표는 왜 없는가. 정부는 부족한 정책 의지를 ‘공론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국가기후환경회의라는 기구에 위임한 채 본연의 책임을 미루고 있다.
온실가스 다배출 인프라와 경제 구조를 뜯어고치는 대신 정부가 제시하는 전략은 온실가스 배출을 어떻게든 지속하면서 몇 가지 상용화되지도, 검증되지도 않은 기술 공학적 해법을 강조하고 있다(탄소포집활용저장CCUS/대기직접포집DAC). 현재 승용차 중심의 교통량 증가는 내버려둔 채 내연기관차를 친환경차로만 바꾸고 ‘자율주행차’를 도입하는 게 우리가 바라는 사회상인가. 공공 투자를 통한 대중교통의 인프라와 서비스 개선을 통해 공공교통의 강화하는 방안은 고려조차 없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정부 역할은 무엇인가. ‘사회 전 부문이 참여하는 과감하고 긴급한 기후행동 실천’을 위한 사회전환은 필요하다. 기후위기 대책을 본격 펴지고 않았는데도 당장 화석연료로 분류되는 여러 산업과 업종이 위기를 맞고 고용 문제가 발생되는 현실이다. 화석연료는 퇴출하되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새로운 양질의 녹색 일자리로 전환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위기가 가시화되고 대량 실직이 발생한 뒤는 늦다. 해당 산업의 노동자, 지역 공동체를 예상되는 피해자로만 규정할 게 아니라 전환의 주체로 바라보고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