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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교통과 자전거

자전거 '측면직각충돌' 사고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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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서울환경연합과 자전거로출퇴근하는사람들이 공동 주최한 '자전거 먼저' 캠페인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피켓을 들며 웃고 있다.


서울시민 434명에게 물었습니다. 자전거 탈 때 자동차로부터 안전하다고 느끼시나요? 응답자들은 5점 만점에 평균 2.6점을 줬습니다. 이 내용을 담은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보고서(2009)는 “아직은 서울시에서 자전거를 이용하여 이동하기가 안전하거나 편리하다고 느끼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평가했죠. 같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자동차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또는 캠페인’의 필요성에 평균 3.94점을 줬습니다.

위 보고서의 결론은 최근 늘어나는 자전거 교통사고 통계에 의해 뒷받침됩니다. 통계에 따르면 자전거 교통사고는 주로 자동차 운전자들의 과실로 발생됐습니다. 2008년 발생한 자전거 교통사고 10,915건 중 승용차를 비롯한 자동차 운전자의 과실에 의한 사고는 8,150건으로 75% 수준이었어요. 이는 자전거 이용자의 과실로 발생한 사고건수의 4배에 이르죠. 최근 교통사고 사망자는 하락 추세지만 자전거 이용자는 유일한 예외입니다.

도로는 자전거와 자동차가 동등하게 공유하는 공간일까요? 자전거도로가 충분하지 않은 여건에서 많은 시민들은 차도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현실입니다. 자전거와 자동차 사이에 사고가 발생하면 자전거 이용자는 훨씬 더 큰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보호장구 착용의 강조'와 같이 교통약자로서 자전거 이용자에게만 안전 대비가 강요돼야 할까요?

[참고] 아동·청소년 자전거 헬멧 너무 안 쓴다 (2009년10월11일, 연합뉴스)

자전거 안전은 교차로에 더 취약하다. 사진은 천호대로의 한 교차로를 자전거로 건너는 장면.


“자전거 먼저” 캠페인은 자동차 운전자들의 배려를 강조합니다. 자동차의 의한 자전거 교통사고 증가야말로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심각한 걸림돌입니다. 이는 시민들이 자전거를 도로에서 안전하게 타기 어렵게 하죠. 또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선택하기 주저하게 해 녹색 교통수단으로의 전환을 더디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주간동아>가 보도한 '자전거도로 타려면 목숨 걸어라?'는 기사 일부를 발췌합니다.

2008년 도입한 ‘도로 다이어트’ 방식 자전거도로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의 자전거도로는 인도 한쪽에 설치했으나, 도로 다이어트 방식은 차도의 폭을 줄여 자전거도로를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인도 위 자전거도로의 불편함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과 민이 모두 환영했다. 서울시는 도심 자전거 출퇴근족을 위해 2012년까지 1145억원을 투입해 207km의 도로 다이어트 방식 자전거도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이 도로를 달려본 자전거 출퇴근족은 “안전에 취약하다”고 한결같이 지적했다.

예를 들어 종로구 안국역에서 경복궁역까지 자전거 전용도로는 2.4km로 짧은 구간이지만 목숨을 건 주행을 해야 한다. 자전거 전용도로인데도 오토바이와 차량 운행이 매우 빈번하고, 직진 차량이 정지신호에 줄지어 서면 우회전하려는 차량들이 자전거 전용도로로 슬그머니 빠져나와 달린다. 경찰청은 7월부터 자전거 전용도로를 침범할 경우 승합차 5만 원, 승용차 4만 원, 이륜차 3만 원의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교통경찰도 침범하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바라만 볼 뿐 단속에는 손을 놓았다. 경찰청 교통관리관실 관계자는 “교통 흐름을 고려할 때 차량이 자전거도로로 진입할 수밖에 없다. 이를 단속하면 차량들의 반발이 거세다”고 밝혔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으니 시민이 나섰다. 서울환경운동연합과 동호회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등은 차량 이용자에게 자전거를 배려하자는 ‘자전거 먼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민단체의 호소에 관공서 직원들조차 동참하지 않는다. 경찰 순찰차가 우회전하며 자전거도로를 침범하기 일쑤고 ‘소방’ 글씨가 적힌 오토바이마저 자전거 전용도로를 질주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이들 자전거도로 대부분이 ‘측면직각충돌’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측면직각충돌은 사거리, 교차로 등에서 직진하는 자전거의 측면을 차량이 정면으로 들이받아 발생하는 사고다. 자전거도로에서 사망한 99명 중 무려 62명이 이 때문에 사망했다. 사거리 주변에서 전방을 주시하고 속도를 줄이는 등 자전거 운전자의 의식 개선도 필요하지만 애초 자전거도로 설계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이지언 활동가는 “자전거 운전자는 우회전하는 차량에 취약한 만큼 교차로 자전거 전용도로 색깔을 일반도로와 달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암적색으로 칠한 자전거도로도 정작 교차로 부분에서는 점선으로 구분돼 있어 차량 운전자가 일반도로와 구분하기 어렵다. 게다가 자전거 전용도로를 차도와 분리하는 돌출된 연석이 없어 차량은 아무런 느낌 없이 자전거도로를 넘나든다. 이 지역에서 근무하는 환경미화원은 “차가 자전거도로를 점령하고 정작 자전거들은 사람으로 붐비는 인도 위를 달릴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서울시가 경복궁역 주변 자전거도로 공사로 아까운 혈세만 낭비한 것이다.

'자전거도로 타려면 목숨 걸어라?' <주간동아> 766호 [링크]

'자전거 먼저' 캠페인에 참여하세요!
http://www.ecoseoul.or.kr/xe/bicycle1st

2010/06/15 - 자전거 먼저 캠페인 후기 동영상(자출사-서울환경연합)
2010/06/01 - 도로, 이거 좀 같이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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