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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은 답이 아니다

[노후원전 LOCK 페스티발] 우리 집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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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로 낼 수 있는 음색이 상당히 다채롭다. 손톱 끝으로 줄을 쭈욱 긁거나 한 줄씩 다듬어내는 소리가 흡사 가야금 같다가도 손바닥으로 몸통과 줄을 둔탁하게 두드리니 타악기다. 기타는 노래를 단지 받쳐주기 위한 반주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연주가 되었다. 그래서 자신을 싱어송라이터로 소개한 뮤지션 미정은 ‘기타리스트’로 불리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그가 연주하는 <격격-The Edge of Fierceness>을 들어보면 그렇다. 상당히 거친 스트로크 덕분인지, 마지막 곡을 연주하기 전에는 느슨해진 줄을 조율해야만 했다.


젊은이들로 몹시 붐비는 ‘불금’의 홍대 거리를 뚫고 찾아간 곳은 ‘나비나방’이었다. 계단을 내리가니 땅굴이나 벙커를 연상시키는 지하 세계가 숨어있었다. 드문드문 떨어진 촛불과 알전구만이 엷은 빛을 내며 어둠을 버티고 있었다. 핵발전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의 기획 취지와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방석이 깔린 바닥에 앉아 병 맥주를 홀짝이기 시작하니 사회자의 등장도 없이 공연이 바로 시작됐다. 첫 노래가 끝나자 미정의 멘트가 이어졌다.


“노후 원전, 놀랍던 게 제가 부산 정관이 집인데 고리원전에서 거의 10킬로미터 떨어져있더라. 차로 10분 정도 거리다. 어렸을 때부터 위험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원전에서 500미터 떨어진 학교에서 어머니가 교직에 있어서 위험의 체감도가 남다르다.”


미정에 이어 편안하고 위로하는 듯한 목소리의 조연희와 직설적이고 거친 그룹 김과리의 무대가 이어졌다. 모두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우리 집이 위험하다’는 부제를 단 이번 공연은 ‘노후원전LOCK’ 페스티발의 첫 순서로 9월 19일 열렸다. 좋아하는 인디 뮤지션들의 음악과 함께 노후 원전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해준다.


격주로 금요일 저녁 8시마다 홍대 나비나방을 찾아가면 된다. 10월3일(투스토리,정밀아,마릐한), 10월17일(단편선과선원들, 손지연, 한받), 10월31(태히언, AV, 페스테쟈). 페이스북 @NPPLockFestival


글·사진=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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